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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의 여행생활歌

운남중독 #01_ 구름이 흐르는 남쪽으로

여행생활자를 넘어 생활여행자를 꿈꾼다.
일상에서도 여행자의 마음가짐으로, 매 순간 여행자의 태도로 살고자 한다.
여행지에서 기꺼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삶 속에서도 실천하려고 한다.
여행이 곧 일상이 되는 순간, 일상이 곧 여행이 되는 순간 삶이 조금은 더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스무 살, 배낭하나 달랑 메고 북경에서 2박3일 기차를 탄 끝에 도착한 나의 첫 배낭여행지, 중국 운남성(云南省). 평균고도 2,000m답게 햇살은 따사로웠고, 바람은 맑았으며, 마을은 살아있고, 사람들은 정겨웠다. 처음 디딘 이 낯선 도시에서 어디에서나 보이는 설산의 모습에 그렇게 마음이 놓일 수가 없었다.

 

 

 

 

첫 인상에 이미 무장해제. 생애 첫 본격 배낭여행이라 그랬을까? 여행지에서는 왠지 더 유해지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나는 감탄이 쉬운 인간이었던 걸까? 어쨌든 나는 운남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사랑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 것이 더 어려웠다. 다녀온 후에는 언젠가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곳으로 마음에 품게 되었고, 그 마음이 이어졌는지 몇 년 후 맵에서 인솔을 하게 되며 자주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운남과의 본격적인 연애가 시작되었다. 


중국 남서부에 위치한 운남성. 남서쪽으로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과 인접해있고 사시사철 따뜻한 기후와 빼어난 자연환경, 52개의 소수민족, 차마고도의 출발지로 (일부/매니아적인)여행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

#차마고도(茶馬古道): 운남성에서 사천성을 지나 티베트를 넘어 네팔 인도까지 이어지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된 교역로. 운남성과 사천성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환했다하여 이름 붙여졌다. 길이는 약 5천킬로미터 이르며 평균 해발고도가 4천미터 이상으로 2003년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사실,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중국, 운남이 여행지로서 매우 훌륭한 곳은 아니다. 땅덩어리가 넓은 탓에 도시간 이동시간이 길고, 교통수단은 불편하기 짝이 없으며, 음식은 향신료 천지에, 영어는 거의 통하지도 않는다. 다른 나라 혹 대도시들처럼 여행자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어쩔 수 없는 ‘공정여행’을 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은 곳이다. 하지만, 운남에는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다. 물론 그 ‘무언가’를 보고 느끼는 것은 여행자의 ‘마음’에 달려있을 터.


사랑에 빠지면 눈에 콩깍지가 씌워진다 했던가. 그렇다면 나는 이미 글렀다. 운남중독이다. 편파적인 사랑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듣기에는 조금 불편할 지도 모를 이야기도 들어있을 것이다. 좋은 벗을 알게 되면, 곁에 있는 좋은 벗에게 소개해주고 싶듯 나 또한 그런 마음으로 당신에게 내가 부대낀 운남을 이야기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