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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의 구릿빛 Episode

#03. 쿠바여행 - 아바나에서 경험해야 할 여행포인트 2편: 그 밖의 것들

블루의 구리 빛 Episode

 

핑크빛 여행을 꿈꾸던 블루에게 쌓여 간 구리 빛 에피소드.

그 어설프고 고되고 불편했던 여행의 기억으로 인해 나는 결국 여행에 빠져들었다.

 

나에게 내 안의 여행이야기는 낡고 바랜 에피소드일 뿐이지만 가만히 닦다보면 슬며시 빛을 발한다.

그래 너는 원래 그렇게 반짝이고 있었지!  다시금 짜릿할 만큼,  다시금 시큰할 만큼!

 

                                                                          출처 : 아바나의 친구가 되어 준 창현의 사진

[ Blue의 아바나를 여행하는 여행포인트 6 ]

1. 바가지: 쿠바를 이해하는 한 가지 접근 방법

2. 올드카 : 로맨틱 쿠바

3. 재즈클럽 & 살사클럽 : 쿠바의 에너지와 열정

4. 올드타운 : 아바나의 진수, 삶의 터전

5. 까사(현지 민박) : 쿠바의 마음

6. 쿠바노 : 쿠바를 여행하는 이유

 

한바탕 신고식을 치루고 만난 쿠바는 강렬했다.

원색과 파스텔색채의 조화, 낡음과 오래됨의 낭만,

열망이 가득한 사람들과 에너지를 품은 그들의 춤과 음악,

터무니없음, 포기를 친구로 삼아야 하는 쿠바에서의 삶을 버틴 그들의 구력

아바나를 여행할 때 누구나 만나게 되면서도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포인트를 소개해 본다.

 

# 02. 올드카 로맨틱한 쿠바로 가는 티켓

공항에서 만난 빨간색 올드카는 오래되어 낡았지만 잘 관리되어 반짝반짝 윤이 났다.

나는 첫 눈에 그 차가 마음에 들었다. 묵직한 승차감과 빳빳한 가죽시트,

풍만하면서도 잘빠진 몸채와 깊이감 있는 강렬한 레드,

비비안 리 보다는 마릴린 몬로에 가까운 매력을 발산하는 클래식한 올드카가

나를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다 줄 것 같았다.

나는 다른 그 어는 곳에서도 이런 올드카를 탈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 .

쿠바의 올드카는 다른 곳에서는 박물관에서나 만나 볼 수 있었다.

여행자에게 쿠바의 올드카는 쿠바인의 생활과 밀착되는 로맨틱한 상품이 된다.

 

 

 

 

# 03. 올드 타운과 말레꼰 Old Town & Malecon – 아바나의 진수

오래되었다기 보다 낡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쿠바의 올드타운은 그래서 더 특별했다.

대성당과 일부 정부기관의 건물은 잘 관리가 되어 그 아름다운 건물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지만

그 외의 뒷골목의 건물들은 보수를 하지 않아 낡고 바래어 때로는 위태로워 보인다.

변할 수 없다는 현실이 아바나의 올드타운을 거대한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쿠바노들은 올드타운을 채우는 한 풍경이 된다.

아바나에 가장 어울리는 쿠바인들의 일상의 모습이 어우러지면 많은 여행객은 카메라를 놓을 수 없어진다.

쿠바의 커피만큼 시가만큼 진한 인상의 올드타운.

 

말레꼰(방파제)의 부서지는 파도와 해지는 노을과 연인들의 모습은 올드타운의 여운을 연장하고

마무리하기에 딱 좋았다. 아바나는 클래식하고 서글프고 로맨틱하다.

 

 

# 04. 째즈클럽 & 살사클럽 쿠바의 에너지, 생존의 방식

소울이 느껴지는 째즈공연과 춤. 자유의 일부를 혁명과 사회주의에 반납한 사람들은

춤과 음악으로 스스로의 욕망을 달래고 위로하며 예술가가 되었다.

쿠바에서의 세월이 어찌 기구하지 않을 수 있는가?

우리에게 내재된 욕망과 혼을 어찌 그대로 품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작은 무대에 열기가 가득하다.

 

 

# 05. 까사 정감있는 쿠바의 마음

많은 여행객들의 쿠바의 여행기는 대부분 까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까사에서의 식사, 까사아주머니의 친철함까사에서의 커피 한 잔,

여행자가 쿠바가정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자 쿠바여행을 쿠바여행답게 만들어 주는 선택.

나는 다른 까사에 묵었지만 처음 아바나 3일동안 매일 다른 한국인이 머무는 까사에 찾아가

푸근한 인상의 아주머니와 딸래미와 함께 수다를 떨었다.

여행은 오후부터 시작되고 하루의 시작은 수다로 시작하는 이 한가로움!

까사는 트리니다드의 까사가 훨씬 더 따뜻하게 느껴 졌는데 그 것은 주인 아주머니의 음식솜씨 때문이었던

거 같다. 음식을 잘 하는 사람은 왠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일 것 같다.

 

 

 

# 06. 쿠바노 쿠바에 다시 가고픈 이유

나는 운이 좋게 여행객에게 사심이 없는 현지인과 어울릴 기회가 있었다.

건너 건너 알게 된 지인의 소개로 얻은 쿠바친구 수잔나의 전화번호,

나는 크게 기대 없이 전화를 걸어 언제 시간될 때 만날 수 있을까? 라고 했는데

남자친구까지 대동하여 마침 휴가기간이라며 23일을 나를 위해 보냈다.

그 둘은 지인의 남편의 친구이자 지인의 친구이기도 했는데 쉽사리 내게도 친구가 되어 주었다.

 

환대

우리는 저녁에 만나 신시가지를 산책하며 어렵게 아이스크림을 먹었고

(첫번째 아이스크림 가게는 아이스크림이 없었고 두 번째 아이스크림가게는 아이스크림을 떠먹는

수저가 없었고 기타 등등으로 네 번째 아이스크림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었다.)

다음날 쿠바의 버스와 트럭차를 타고 근교의 친구네 집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여 그들은 나를 한국에 있는 며느리의 친구라고 소개했다.

가족들은 비쥬로 나를 맞이했고 나는 주변의 이웃사촌들이 올 때마다 비쥬를 하며 소개를 받았다.

나는 그 비쥬의식이 좋았다. 비쥬를 할 때는 누구나 반가움과 아쉬움의 미소를 띄우기 때문이다.

아버님은 인사를 나누고 휴지가 떨어졌다며 휴지를 사러 나갔다가 휴지 파는 곳마다

휴지가 떨어졌다면 겨우 한 개를 사들고 20분만에 돌아오셨다.

나는 멕시코에서 샴푸와 바디크렌저와 아르헨티나의 HAVANA쿠키를 선물로 사가지고 갔는데

준비해가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어머니 훌리오의 음식은 신선하고 맛있었다. 토마토와 오이샐러드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둘째 아들의 여자친구가 집에다 조그마하게 네일과 패디큐어 책상을 마련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적은 비용을 받고 소일처럼 하고 있었는데 동네 아주머니는 실력이 꽤 좋다면 내게도 계속

패디큐어를 권했다. 웃으며 거절하던 나는 너무 예쁜 그녀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손톱을 보여달라고 손을 내밀자 거절하지 못하고 손을 맡겼다. 손님에 대한 환대였다.

나의 햇살에 그을린 꼬질한 발톱에까지 패티큐어를 마친 그녀는 나를 마지막으로

그날의 아르바이트를 접었다. 나는 그녀을 위해 답례로 어깨와 손지압을 해주었다.

그녀의 어깨가 단단히 뭉쳐 있었다. 나는 그날 그 집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이웃에서

놀러 온 아저씨의 두툼한 어깨안마를 해주느라 땀 좀 흘려야 했다.

그들은 시원하다며 내가 다음 사람! 이라고 할 때까지 그만하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아바나로 돌아가기 위해 일찍 잠에서 깬 나는 밖을 둘러보다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서서 내가 미소와 손을 흔드는 그녀를 발견했다.

! 너 고등학생이었어?’ 나는 그녀의 생활력에 살짝 감탄했다. 나는 마음으로 응원을 보냈다.

 

수잔나의 마음

수잔나는 아바나로 돌아와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먼저 애피타이저로 그녀는 팝콘을 튀겼다.

자신의 가장 자신있는 요리라며 수잔나의 남자친구도 그녀가 다른 요리는 못하지만

팝콘만큼은 정말 잘 튀긴다며 수잔나의 주장을 거들었다.

하지만 이번 팝콘은 수잔나가 너무 신경을 써서 그런지 조금 탔고 그녀는 무척 안타까워 했다.

팝콘은 따뜻했고 나는 그것으로 충분히 좋았다.

이어서 나온 메인 요리는 토마토소스에 버무린 스파게티, 이 것 밖에 집에 없어서 미안하다며

내놓은 메인요리에 나는 마음이 찡해졌다. 특별히 나를 위해 타바스코 핫소스를 내 놓았는데

나는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소스를 쓸 수가 없었다.

식사가 끝나고 들어오신 아버지, 그리고 할머니와 비쥬로 인사를 나눴다.

쿠바의 일상에 대한 대화도 오고 갔다. 시골집 같은 감상…. 푸근하고 따뜻하다.

 

나는 수잔나의 멋쟁이 여동생이 해외공연 때문에 집을 비워 여동생의 침대를 하룻밤 신세지게

됐는데 나의 이른 아침출발로 수잔나는 새벽잠을 반납하고 나를 배웅했다.

수잔나와의 마지막 비쥬가 나는 뭉클했다.

휴가를 이렇게 보내서 어떻하니? 정말 고마워! 너 때문에 쿠바여행이 정말 좋았어.

쿠바에 꼭 다시 오고 싶어! “

 

마무리 - 쿠바를 떠난 쿠바노와의 만남

공항에서 남은 돈으로 CUBITA커피를 사고 멕시코시티행 비행기에 올랐다.

나는 쿠바여행을 마치며 감성이 충만해 있었다.

비행기에서 키가 작으마한 젊은 아저씨가 내 옆 자리에 앉으며 올라! 라고 인사를 했다.

나는 올라라고 대답했고 스페인어를 할 줄 아니? 하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는 나의 올라가 스페인어를 잘하는 사람의 특별한 올라라고 이야기했다.

스페인어를 잘 못하는 나는 그의 말에 웃었고 흥미로운 대화시작법이라고 칭찬했다.

그는 쿠바여행이 좋았니? 라고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냥 가슴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그는 그 대답을 마음에 들어 했고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쿠바사람이야.”

? 쿠바사람인데 어떻게 쿠바를 나가는 거야?”

그는 16살에 작은 나룻배를 저어 혼자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에서 7년간 불법체류자로 살았고

멕시코로 넘어와 8년간 일하며 제법 자리도 잡았고 작년에 시민권을 얻었다.

그가 시민권을 얻자마자 한 일은 쿠바를 방문하는 일이었다. 작년에 처음 쿠바를 방문했고

이번이 두 번째 쿠바 방문이라고 했다.

처음에 쿠바의 내 집에 도착해서 나는 하루 동안 이유 없이 계속 눈물이 났어.

이유를 알 수 없었지. 내가 16살에 떠났던 그때와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어.

15년 만에 간 건데 내가 쓰던 오래된 책상까지 그대로 였지. 15년만에 만난 엄마는 1주일만에 본 것처럼

나를 대해줬어. 주변의 이웃들도 마찬가지였지.”

나도 쿠바를 여행하며 이유 없이 눈물이 났었다. 나는 그의 마음이 느껴졌고 또 다시 뭉클해졌다.

쿠바는 도시의 모습도 변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따뜻한 정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던가 보다.

우리는 2시간의 비행을 함께 했을 뿐이지만 마치 열 하루의 쿠바여행을 함께한 여행자처럼

헤어질 때 비쥬를 나눴다. 쿠바는 내가 여행에서 가장 많은 포옹을 나눈 여행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