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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반달곰의 Milktea

오 마이 타이오!

식초반달곰(a.k.a 식초)의 Milktea, 奶茶, चाय (밀크티, 나이차, 짜이)는 갔던 곳에 또 가서 발견한 즐거움을 모아놓은 카테고리 입니다. 
사진은 엄청찍어서 많이 보여드릴 자신은 있습니다. 제목에 낚여서 미식여행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저는 밀크티와 나이차, 그리고 짜이를 밥보다 더 좋아합니다.

전날 밤 좁은 방에서 포에버홍콩(네이버 홍콩여행 카페)을 뒤져보던 중. 누군가 타이오(大澳, Tai O)에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다며 추천하는 글을 봤었다.
그때(당시 2010년 9월) 타이오는 꼭 가봐야 하는 곳은 아니었는데, 수상가옥과 핑크돌고래를 볼 수 있다며 종종 사람들이 찾아가는 곳었다. 거리도 은근 멀어서 란타우섬 주변을 둘러보고 그곳에 가는 방법이 있었다.
도심도 좋았지만 바닷가도 가고 싶었다. 핑크돌고래는 기대도 안했다. 수상가옥과 작은마을이 궁금했다.
이 먼곳을 어떻게 가야하나? 고민하고 찾아보다가 똥총역에 가서 옹핑360 케이블카를 타고 옹핑빌리지, 빅 부다, 포린사를 둘러보고, 하이라이트인 타이오를 가는 일정으로 대략 정했다. 


MTR에서 드디어 내립니다.


크억. 집에갈때 모두들 들린다던 시티게이트 아울렛.


적당한 오전에 홍콩역에서 MTR 통청(東涌, Tung Chung, 퉁청, 똥총, 똥춍?)라인을 타고 한시간 뒤 통청역에 도착했다. 전철에서 내리니 맞은편에 있던 거대한 시티게이트 아울렛을 보고 1초 놀랐네ㅋ 진짜 크구나.
사람들이 가는데로 따라가니 옹핑360 케이블카 타는 곳에 왔다. 이 바다를 건너는 케이블카는 오픈하고 잔잔하게 사건사고들이 있었다. 바람불면 세차게 흔들리거나, 운행중 갑자기 멈추기도 했다ㅋㅋㅋ 저거 누가타냐 했지만 이젠 안정이 되어 나도 타는구나 싶었다. 두가지 케이블카가 있었는데 일반용과 바닥이 투명하게 보이는 '크리스탈 캐빈'이다. '크리스탈 캐빈’은 줄을 덜 선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약간 비싸고 바닥때문에 무서워서 그런것 같았다. 실제로 가보니 줄은 안서고 바로 탔었다. 두 커플과 남자 외국인, 그리고 나까지 6명이 탔었는데 어색해 죽는줄 알았다ㅋㅋㅋㅋ 바깥 모습만 열심히 보며 갔다. 바닥은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고 잘보여서 신기했었다. 저 멀리서 빅 부다가 보이다니.


저 멀리 섬이 보인다는건 지금 바다 위.


진짜 바닥이 투명하다. 아래는 지혜의 길(Wisdom Path라는 산책로)인듯.


빅 부다가 보이는걸 보니 옹핑빌리지에 다왔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옹핑빌리지와 연결되었다. 왠지 케이블카와 세트로 만들어진것같은 이곳은 음. 그다지 기억이 없다. 관광지스러운 분위기에 기념품 가게들이 가득했다. 아무런 생각없이 팔찌를 샀었다.
옹핑빌리지가 끝나고 저 멀리 보이는 빅 부다(天壇大佛, Big Buddha)를 보러갔다. 엄청많은 계단을 마구 올라가니 왕부처님이 있다. 여기는 영화 ‘무간도'에서 침형이 엄청 두꺼운 향을 부처님 앞에 꽂았던 그 곳. 나도 대왕 향이라도 꽂아야 하나 싶었지만 그러기엔 계단에서 힘을 다 뺐어ㅋㅋㅋㅋ 대왕부처님이 있고 그 주변에 다른 불상(맞나)들이 부처님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부처님은 엄청 거대하고, 위에서 아래 풍경을 바라보니 부처님같은 느낌이로구나(참고로 저는 기독교입니닼ㅋㅋㅋㅋ)
시원하게 바람을 맞고, 다리 후들후들하며 계단을 내려갔다. 지상세계로 내려왔다.(ㅋㅋㅋㅋㅋ)


옹핑빌리지 내부. 사람이 많군요.


왕 부처님을 드디어 눈으로 마주했다.


왕 부처님 주변에 있던 불상들


내려가는건 순식간이야.


향의 냄새가 나는 곳으로 걸어가니 포린사가 있었다. 현지인도 있었지만 파란눈의 사람들도 꽤 많았다.
유난히 향을 피우고 진지하게 기도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는데 센트럴(혹은 셩완) 할리우드 로드에 있는 만모사원만 해도 외국인들의 방문은 많아도 직접 기도를 하고 향을 올리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낮설은 모습이라 한동안 지켜봤었다.
포린사에 베지터블 딤섬 까페가 괜찮다는 소문을 듣고 가보았다. 딤섬이라기보단 디저트에 가까운데 저렴하게 채식 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숫자를 뺀 모든것이 한문으로만 써있어서 모양만 보고 골랐다. 신중하게 골라서 맛을 보았는데. 단맛 폭발이다. 우와. 하나만 짭조롬하고 전-부 달았다. 인도에서 먹었던 불긋불긋 향신료 그득한 스위트 라이스보다 더했다.(그래도 이건 군말없이 다먹었는데ㅋ) 음식을 남길 수는 없으니 어거지로 다 먹은것 같다. 크하 모양은 진짜 이뻤는데. 


여기는 포린사.


여기저기 향냄새 가득하다.


아 정말 예뻤는데. 너-무 달다.


당분 에너지를 얻어서 옹핑빌리지 옆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타이오에 갔다.
설렁설렁 도착한 타이오는 조용했다. 파란눈의 외국인보단 현지사람들이나 중국인이 놀러오는 곳 같았다. 다리를 하나 건너고 마을 입구에는 건어물가게나 음식점이 약간 있었다. 이 마을에 대해 아는것이 없었다. 막다른 좌우 길에서 왼쪽부터 가봤다. 왼편에는 바닷가, 오른편에는 집들이 있었다. 물고기를 말리거나 계란노른자들이 큰 바구니에 담겨있었다. 이 계란노른자는 뭘까. 두집걸러 한집은 계란 노른자가 있었다.ㅋㅋㅋㅋ 사이사이 고양이들이 널부러져 있다. 학교에 갔다오는 아이들은 신나게 지나간다. 오래되어 보이지만 예쁜 집이 많았다.



타이오에 오면 이 그림을 먼저 볼 수 있다. 귀여워.


다리를 건너면 마을에 들어선다.


건어물 커튼이 마을 입구에 있다.


골목에서 봤던 이 노른자는 도대체 뭐지ㅋㅋㅋ


신비로운 집들.


냥이들은 식사중


어느정도 가다가 반대편으로 갔다. 계속 직진을 하는데 사람은 별로 없었다. 앞에 나처럼 큰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외쿡인 둘이 있었다. 걷다보니 수상가옥이 나오는 골목으로 이어졌다. 오 새로운 풍경이다. 신기함에 사진을 찍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든것이. 내가 낭만가득 바라보는 여기는 지금도 사람들이 살고있는 곳인데 그냥 이쁘다고 막 사진을 찍고 담아올 수 없겠다 싶었다. 도심 한가운데 있을때와 전혀 다르다. 왜 갑자기? 흠 뭐랄까 우리집 문앞을 이쁘게 해놓았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사진을 찍고, 무슨말과 함께 사진을 공유할까 싶기도 하고. 나의 삶에 누군가 과도한 감상을 넣어서 보여지는것이 좋을까. 전에 인도에서 사진을 찍을때도 이런 비슷한 기분이 들면 사진 찍는걸 주저했었다. 홍콩의 베네치아라고 타이오를 말하기에 내가 느낀 타이오는 그냥 사람 사는 작은 동네였다. (베네치아에 지금도 사람이 안사는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어폐가 있는듯한데 저멀리 서울에서 온 촌사람은 그냥 그런 기분이 들었다. 빌딩숲만 있다가 약 한시간 넘게 멀리 오니 다른풍경을 보고 생각이 바뀐건지. 그냥 조용히 걷다가 반대방향으로 걸었다.


이 철문이 은근 매력있는 것 같아.


요런 길이름 표지판은 처음봤네. 도심에서 보던것보다 왠지 아담하달까.


앞서가던 파란눈 아저씨.


오홍. 수상가옥은 처음본 것 같아.


주변에 카페가 있는지 찾아봤다. 다리가 아프고 커피도 마셔야지. 마을의 초입(혹은 중심?)에는 음식점들이 종종 있어서 사람이 (다른 길에 비해서) 많았다. 입구에 모카포트가 귀엽게 있는 카페로 들어가서 베트남커피를 마셨다. 아마 4일만에 커피를 마신듯하다. 홍콩에 온 후에는 밀크티가 맛있으니 굳이 커피를 마실 필요를 못느꼈었다. 바깥 테라스에 앉아있는데 은근 시원하고 주변 수상가옥들도 잘 보였다. 핑크돌고래를 찾아가려는 배들도 왔다갔다 한다. 카페도 좋아보였다. 밥을 먹는 사람도 있고 차를 마시는 이들도 있다. 내 커피도 달달하니 맛있구나. 이렇게 갑자기 들어온 카페가 좋으면 다 좋아보인다. ​이히힝. 멍때리고 일기를 쓰고 쉬었다.


우옹 신기하게 보고있는데 웬 아저씨가 이것이 무슨 전통그림이냐고 물었다. 저도 처음인지라ㅋ


요 카페로 들어갔다.


혼자서 좋아하고 있는 중.


밖으로 나와 버스타러 가는 길에는 고양이 한마리의 귀여움에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사람들은 즐거워 보였다. 멀리서 바라보는데 마구마구 흐뭇해졌다. 오후의 햇볕은 이곳을 더 평화롭게 해주었다. 너무 이쁜 장면이다. 이 한장면으로도 충분하다. 핑크돌고래는 못보아도 이 섬의 골목 골목이 너무 좋았다. 타이오에 오길 잘했다고 느껴버렸다.


이히힝.


사람들에게 이쁨받았던 그 냥이.


처음 도착했던 버스정류장으로 슬슬 가보니 마침 똥총역으로 가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슬아슬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뻥 뚤린 바다와 산을 보니 괜히 서울에 있는 친구들이 떠올랐다. 이 평화로운 장면을 같이 보고싶었던건지. 아니면 그냥 혼자있은지 며칠이 되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친구들이 보고싶어졌다. 흐흥. 


버스에서 감성충만해짐.


그렇게 약 4~50분을 달려서 똥총역에 왔다. 여기까지 왔으니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시티게이트 아울렛도 구경했다ㅋ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들이 많이 있었는데 홍콩의 센스있는 셀렉트샵 'i.t.'의 아울렛도 있었다. 거기서 크고 신기한 무늬의 가방을 득템하였다(야호). 지하에 쾌적하고 엄청 큰 슈퍼가 있어서 구석구석 구경하고 뭔가도 샀다. 손이 괜히 무겁다. 슈퍼는 함부로 가면 안된다. 두손 가득 봉지를 들고 꾸벅꾸벅 졸며 홍콩역까지 와버렸다. 어두운 밤 반짝이는 센트럴 빌딩숲에 오니까 이제 도심으로 왔구나 싶었다. 시골가서 바람쐬고 온 기분이었네.


아시아의 모든 라면이 다 있다.


이 거대한 수퍼 참 좋더라...


도심으로 와버렸어. 근데 여기 어디지. 센트럴인가...


지금 타이오는 어느 가이드북에서나 추천코스가 되었다. 그때보다 많은 음식점과 카페, 기념품 가게들이 생겼을 수도 있다. 사람들도 많이와서 복작복작할 수도 있겠고. 그때의 모습을 생각하면 다시 가보고 싶지만 왠지 변했을까봐 망설여진다.
아 왜 망설여지냐면, 예전 처음으로 홍콩섬 뒷편에 있는 스탠리(赤柱, Stanley)에 갔을때 탁트인 바다와 작고 아기자기한 모습에 홀딱 반했었다. 그러고 그 다음에 갔을때도 스탠리는 좋았는데 뭔가 관광지스러운 모습이 기억에 남긴 했었다. 마지막으로 갔던 스탠리는, 음. 사람이 너무 많았고 정신이 없었다. 예쁘고 독특한 물건이 많았던 스탠리 마켓은 그냥 관광기념품을 파는곳으로 바껴있었다. 그래서 휘릭 둘러보고는 버스를 타고 도망나왔었다. (알고보니 이 날은 무려 10월 1일 중국국경절이어서 대륙분들이 바글바글 했었다.)


일부러 사람 없는데로 도망옴. 그래도 스탠리는 사랑입니다.


괜한 망설임일수도 있다. 아직 타이오는 한번밖에 안가봤는데 스탠리처럼 삼 세번은 가봐야지 아하하하.
다음에 간다면 센트럴에서 배를타고 무이워로 들어가볼까, 아니면 디스커버리 베이에 들렸다가 가볼까. 아 디스커버리 베이는 안좋은 추억이 있으니 다른방법으로 가볼까 아하하하. 가서 건어물 커튼을 사오겠다. 말린것은 반입이 가능하니까.(읭)


나는 또 타이오에 가려나.


p.s 타이오를 다녀온 날은 2010년 9월 30일입니다. 괜히 언제인지 알려줘야 할것같은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