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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반달곰의 Milktea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 진다더니

식초반달곰(a.k.a 식초)의 Milktea, 奶茶, चाय (밀크티, 나이차, 짜이)는 갔던 곳에 또 가서 발견한 즐거움을 모아놓은 카테고리 입니다. 
사진은 엄청찍어서 많이 보여드릴 자신은 있습니다. 제목에 낚여서 미식여행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저는 밀크티와 나이차, 그리고 짜이를 밥보다 더 좋아합니다.

야근과 스트레스로 가득했던 10월을 지나 11월이 되었고, 좀 여유가 생기자 비행기표를 들여다봤다(왜). 지금 다니는 회사는 12월 마지막 주에 모두 쉰다는 소문을 듣고, 어디라도 가야지 안그러면 돌아버릴 것 같았다. 연말이라 어디든지 비쌌고 저가항공이라도 홍콩은 50만원을 그냥 넘겼다. 아 카드를 긁어서라도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반포기상태로 있던 중. 회사에서 연말에 해외 워크샵을 간다고 한다. 휴양지를 가거나 미팅을 하러 중국 심천에 가야 한다고 들었다. 갑자기 웬 심천이냐 싶었다. 

11월 중순이었던가? 잠깐 공지가 있다며 회의실에 사람들이 모였다. 우리의 워크샵은 무려 홍콩에 간다고. 총 3일 중에 하루는 심천에 간다고 한다. 그리고 워크샵 앞-뒤로 더 여행할 사람은 일정에 맞게 비행기표를 끊어주겠다고 했다. 우와 진짜 놀랐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 진다더니'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구나 싶었다. (정말이다ㅋㅋㅋ.) 그 소식을 들은 날은 일이 손에 안 잡혔다. 일 대신 아고다와 호스텔월드에서 그때 갈 수 있는 숙소를 살펴봤다. 살인적인 가격이었지만 좋았다. 이게 꿈인가 싶었으니까. 하지만 저녁에 집에 가서 엄마에게 워크샵을 홍콩으로 가고 앞뒤로 더 있다가 오겠다고 말하니 미쳤냐고 소리를 들었다. 아 현실이구나 다행이다 싶었다.

한달 정도 시간이 있었지만 회사 일은 미친듯이 몰려와서 홍콩에 가기 전날까지 야근을 했었다. 사전 지식은 있었지만 새로운 정보를 찾아 보기에는 내가 너무 피곤했다. 가기 전날까지 갖고있는 책들만 열심히 봤다.

그렇게 12월 연말에 외국여행을 가는 호사를 누리게 됐다. 공항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고 체크인 줄은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면세품을 찾는 곳의 줄은 체크인 줄 못지않게 길더라. 나는 저가항공을 타고 갔는데 조금 넓은 자리를 줘서 편하게 갔다. 창문 넘어 유유히 떠가는 구름을 흐뭇하게 보며 오랜만에 가는 홍콩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설레면서 두려웠다.


약 3시간 동안 파란 하늘에 예쁜 구름을 보며 갔다.

첵랍콕 공항 입국심사대에 있던 홍콩 아저씨 둘은 신나게 수다를 떨며 사람들 여권을 보고 있었다. 오잉, 도장은 안 찍어주고 작은 종이를 끼워줬다. 이거 뭐지 ‘내 여권에 홍콩에 왔다고 도장 남겨줘요’라고 말할 뻔 했네. 아 이 습한 홍콩 냄새를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옥토퍼스 카드를 사고 공항버스를 타러 신나게 걸어갔다. 많이 타는 A12가 아니고 A22이다 유후.


비행기에서 내리고 홍콩냄새를 맡으면서 좋아했었다ㅋㅋㅋ


뭔가 새로운듯 익숙한 모습이구나 싶었다.

가보고 싶었던 게스트하우스는 관광지가 아닌 주거지역에 있었다. 그래도 버스 타고 15분이면 몽콕역에 도착하고, 센트럴이나 코즈웨이베이로 가는 버스도 있었다. 버스정류장이 많은 동네였다. 게스트 하우스의 라운지가 좋았다. 한쪽 면은 창문으로 되어 있어서 밖의 모습이 잘 보였다. 짐은 대충 방에 넣고 얼렁 나가자 으히히히.


이 창문중에 내 방이 있을텐데


이 동네는 몇차선의 도로와 거대한 건물이 가득한데 참 조용했다. 이런 곳에서 이틀을 머무르다니 우와.

스탭에게 몽콕까지 걸어갈 수 있냐고 물어보니 코웃음을 친다. 버스 타면 10분이면 간다며 앞에 버스정류장 위치를 알려줬다. 좀 걷고 싶어서 구글 지도와 함께 몽콕역까지 걸어가봤다. 오호 카우룽 반도 도심인데 이렇게 한가함을 느낄 수 있다니 신기했다.


사람이 이렇게 없다니 신기했다.


30분을 걷고나니 지옥의(?) 몽콕에 도착했다. 어어 사람보게.


내 눈으로 저 대관람차와 놀이기구를 직접 마주한 순간. 하


자뎅하우스 반가워 으히히


첫날은 센트럴과 셩완 사이 할리우드 로드를 걸어야 마음이 좀 안정이 된다.

한동안 사무실에 콕 박혀 일만하고 많이 걸어 다니지 못해서 그 한이 남아 첫날은 엄청나게 걸어 다녔다. 정신없이 걷다 보니 해가 저버렸고, 식사시간을 놓쳐서 어딘가에서 빵을 먹고 쉬다가 움직이고 고갤 들어보니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 하버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헐 왠지 기다리고 기대하던 홍콩에서의 첫날이 망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버스에서 만감이 교차했지만 결국은 좋다고 찰칵찰칵 소리를 내며 사진을 찍었네ㅋ

그래도 예전에는 타지도 않았던 버스를 타고 집에 온 것이 어디냐고 생각하며 슈퍼에서 물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부를 사서 집에 갔다. 샤워를 하고, 휴족시간을 다리에 장착하고 내일 뭐할지 생각하다가 11시에 방 불이 꺼지길래 깜짝 놀라서 나도 그냥 내 침대에 있던 불을 끄고 누워버렸다.

그리고 핸드폰의 불빛과 와이파이를 의지하며 내가 어디서 허우적댔는지 곱씹어 보았다. 낮에 몽콕에 있다던 홍콩영화 컨셉의 스타벅스는 찾지도 못하고, 양조위님의 단골국수집은 셔터가 굳게 닫혀있었다. 그렇게 배고픔을 안고 열심히 걸어간 ‘티카’(Teakha)에서는 내가 내야하는 금액을 잘못 알아들어서 지폐 4장중 2장을 돌려받았다.ㅋㅋㅋ 배고프면 귀도 안들리는건가. 그런데 여기 밀크티랑 키쉬가 너무 맛있어서 아까의 부끄러움을 잊어버렸다. 정말 배고픔이 해결되면 다 평화롭다니.


어어 토요일에 문 연다고 했는데ㅠㅠ 주변에 나처럼 낙담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


티카를 찾아간건 정말 잘한 것같다.


금방 깜깜해졌네 허허

그리고 대박은 코즈웨이베이 하이산 플레이스에 있던 닥터마틴 매장. 첫날 무조건 해야했던 일이 검정부츠를 사는 것이었다. 그런데 몸이 피곤하고 귀찮아서 사이즈가 있는 모델로 그냥 샀는데, 신발값이 생각보다 비쌌다. 어어 이러면 홍콩에서 사는 의미가 없어지는데. 정신이 몽롱해져서 계산을 하고 직원에게 Tax-refund가 되냐고 발영어로 물어봤는데 아차, 홍콩은 Tax-free라며ㅋㅋㅋㅋㅋ 자기들끼리 광동어로 텍스 어쩌고 하며 말하는데 부끄러워 얼렁 나가고 싶었다. 신발을 받고 바로 건물에서 탈출했다. 그렇게 기대하던 청핀서점(eslite 誠品)도 못 가고, 맛있다는 음식점도 안갔다.ㅋㅋㅋ 아 정말 하이산 플레이스 부끄러워서 가겠나ㅠㅠ


이 에스컬레이터는 무려 청핀서첨 전용이다. 다음날과 몇일 뒤에 청핀서점은 다시 갔다.ㅋㅋ

생각해보니 게스트하우스도 약간 디테일이 떨어지긴 했다. 내 자리만 가림막이 끝까지 안되어있고, 샤워실에 헤어드라이어도 없었다. 정말로 방에 불이 11시에 꺼지다니. 아-_-
그냥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지 싶어 이불을 덮는데 오홍! 이불이 완전 좋다. 폭신하다. 두꺼운 것 같은데 가볍고 괜찮다. 좋은 호텔들이 왜 침구류가 좋은지 알 것 같다. (그러고보니 지난번 도쿄에서 묵었던 호텔 베개가 정말 대박이었다. 어디 것인가 궁금해서 커버를 빼 보니 Temper 였던...) 창문이 열려있어 찬바람이 들어오는데 이불이 딱이구만. 근데 창문 모양이 홍콩영화에서 보던 것이다. 진짜 홍콩에 있구나. 이불 속에서 혼자 실실 웃으면서 잠이 들었다.


창문마저 좋아보이다니. 첫날이니 그러려니 했다.


p.s. 이후에 쓸 몇 개(아마 두개?)의 글은 이번 홍콩여행때 생긴 일을 써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모든 사진은 식초의 것 입니다. 무단사용은 아니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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