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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버리의 여행잡담

라오스 잡담 #1 : 라오스 여행을 기획하며

<차버리의 여행잡담>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게된 20대 초반 이후, 

여행은 꿈, 노동, 삶 그 자체로.. 다양한 모습으로 형태를 바꾸어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획자와 여행자로서의 관점을 제멋대로 넘나들며

여행 중 '다름'을 목격하고, 우연히 만난 여행인연들과 부대끼며 떠올랐던 이런저런 생각들을 남기려 한다.


2015 6 6일 저녁, 사무실에 남은 내 마지막 짐을 정리했다

공정여행사라는 첫 직장을 뒤로 한 채 집에 돌아와 이번엔 여행을 위한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다시 라오스로 간다퇴사 후에는 여행이라는 '공식'을 따르고 싶은 맘은 별로 없었으나, 변명하자면, 비행기표가 너무... 쌌다

하지만, 여행자로서의 라오스 여행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려 한다.





작년 꽃보다청춘이 대박을 터뜨려준 덕분에 업무 차 라오스에 갈 기회가 많았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북쪽에 위치한 비엔티안, 방비엥, 루앙프라방 세 도시만 가봤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 춘천, 경주만 여러 번 가본 셈이다

내 취향과는 관계 없이 여행자들의 욕구가 그렇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욕구는 미디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사람들은 유행에 민감하다. 여행산업도 그렇다

여행사가 판매하는 상품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매력적인 장소와 투어들이 그 나라에 존재하지만

여행사는 대중적인 입맛에 맞출 수 밖에 없다. 라오스처럼 아직 덜 알려진 여행지의 경우 더욱 그렇다

두 번째 가본 사람들보다는 처음 가보는 사람들의 수가 비교할 수 없이 많다

그래서 그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곳으로 이루어진, TV에 나온 바로 그 코스 그대로 판매할 수 밖에 없다.


그동안 라오스가 여행지로서 주목받지 않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인도차이나의 주변 관광대국 사이에 껴있는 곳으로 비교적 관광산업이 발달하지 못했다.

앙코르와트로 대표되는 역사유적관광지 캄보디아, 동남아 국가 중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태국, 

효도관광으로 많이 알려진 하노이.하롱베이가 있는 베트남까지.

라오스의 오래된 유적들은 전쟁과 침략으로 인해 파괴되었고

동남아 하면 흔히 떠올리는 바다를 끼고 있지 않기 때문에 휴양지로서도 제외되어 왔던 것이다.


대신 라오스는 국토의 70%가 산악지형으로 이루어져있다.

바다가 없는 대신, 메콩강을 비롯한 강을 이용해 카약킹, 래프팅 등의 수중 레포츠를 중심으로 개발되었고

풍부한 유량을 자랑하는 거대한 폭포들이 자리잡은 국립공원에서 지프라인, 트레킹, 사이클링 등의 액티비티가 가능해

유럽배낭여행자들에게는 먹히는 편이다.

그말인 즉슨, 일반적인 한국관광객들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은 아니라는 뜻이다.


또, 현실적으로 직장인이 낼 수 있는 휴가 기간은 5-6일 정도인데, 

도시 간 이동시간이 긴 편으로, 비엔티안-방비엥은 3-4시간, 방비엥-루앙프라방은 7-8시간이 걸린다.

'MUST-GO' 방비엥과 루앙프라방을 포기할 수 없는 여행자들에게 다른 지역을 방문할 여유는 없다.


이러한 조건 아래서 여행상품을 만들어야하는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다른 여행사들이 내놓는 코스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동시에 더 재미있고 의미있는 여행을 만들까?




우선은 공정여행 개발원칙에 충실하기로 했다.


첫 번째로, 한국 랜드사가 아닌 현지 파트너와 일한다.

우리가 찾은 라오스 현지 여행사는 그린디스커버리 라오스 (Green Discovery Laos, 이하 GDL로 표기)

에코투어리즘eco-tourism을 표방하는 곳이었다

존경할 만한 설립자와 탄탄한 사업기반을 가진 GDL은 파트너로써 꽤나 탐나는 곳이었다.

취약점은 캄보디아와는 달리 한국어가 가능한 현지 가이드가 없다는 점이었다

GDL자체가 유럽여행객들이 주요 타겟이며

캄보디아와 달리 라오스에는 한국인관광객이 그 전까지는 많지 않았던 바라, 따로 한국어가이드를 육성하는 기관도 없었다.

이 부분은 영한통역이 가능한 인솔자가 동행함으로써 극복 가능하지만, 이 때문에 비용이 상승하고

이를 충당키 위해서는 10명 이상의 여행자를 모집해야 한다.

현지파트너와 현지인 가이드와 일한다는 것에는 분명히 불편한 점이 있고 어떤 면에서는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가피한 몇몇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 프로그램 내용에 우리의 색깔을 입힌다.

똑같은 도시를 방문하고, 기본적인 장소와 어트랙션은 포기하지 않되, 다른 여행사에서는 가지 않는 흥미로운 곳들을 방문한다.

이 부분은 다음 화부터 도시별로 나누어 자세하게 다루려 한다.

라오스를 앞으로 방문하게 될 사람들을 위해 대표적인 세 도시를 공정여행사의 여행상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방문할 수 있는 숨은 장소를 라오스와 관련된 이야기와 함께 소개할 것이다




세 번째로, 현지의 숙소와 식당을 이용한다.  

태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주변 국가와 비교해 라오스는 경제 개방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편이며

관광산업이 상대적으로 덜 개발되었기 때문에 사실 글로벌 체인호텔에 대한 염려는 거의 필요 없었다

대신 현지인 소유의 숙소들 중에서도 조건이 비슷한 경우에는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호텔을 택했다.

아직까지 라오스에서 숙박형 사회적 기업이나 에코리조트라고 내세울 수 있을 정도로 

사회적인 혹은 환경적인 면에서 혁신적인 숙박업체는 발견하지 못했다.  


식당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현지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 중에서도 현지파트너가 추천하는 맛집을 이용한다

이에 더해 여행자들에게 현지시장에서 과일이나 길거리 간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캄보디아 시리즈에 소개된 NGO 프렌즈인터내셔널은 라오스에서도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비엔티안의 막펫과 루앙프라방에서 올해 문을 연 카이파엔이다. 의미가 있는 맛있는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이 곳에서 여행자들은 아주 만족스러워 한다.

이외에도 일반적인 성격의 패키지여행이 아닌 볼런투어나 기관연수 같은 경우에는 

현지단체나 지역커뮤니티와 쌍방형 소통을 통해 프로그램을 기획해 참가자들이 깊이 있는 경험과 현지와의 교류를 가능케 한다.


이상 라오스 여행 기획에 대한 고민들과 그것들을 풀어나갔던 방식을 이야기해보았다. 다음 편부터는 비엔티안, 방비엥, 루앙프라방 세 도시와, 그 곳들의 숨은 여행지들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