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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의 콧노래

인도네시아 #2: 두얼굴을 지닌 이젠화산

'여행'은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력적인 단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여행과 관련된 일을 처음엔 다양한 나라와 

도시를 다닐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스로 어떤 여행자가 되면 좋을지 고민 하게 되었다. 

여행자로써 또는 기획자였던 나의 여행을 공유하고, 길위에서의 고민에 대해 같이 이야기 하고 싶다.


 



브로모 화산(Gunung Bromo)을 지나 또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이젠 화산으로 우리는 이동중이다. 브로모 화산이 있던 세모로 라왕(Cemoro Lawang) 지역에서 쉬지 않고 차로 8시간 정도는 달려야 마을에 도착한다. 이젠화산( Gunung Ijen)은 브로모 화산 만큼 관광지로 유명하지는 않다. 

브로모 화산의 경우 아름다운 일출과 하얀 연기를 내뿜는 분화구를 볼 수 있다면, 이젠 화산의 경우는 유황으로 더 유명하다. 

화산재 모래로 황량함이 넘쳐 났던 브로모 화산과 달리 이젠 화산은 1시간여 정도 나무들을 보며 트래킹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기간이 정해져 있는 보통의 여행자들은 여행기간동안 같은 나라에서 화산을 두군데 둘러 본다는 것은 무리이기도 하고, 고민스러움이 있다. 

나 역시도 영팀장님의 권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화산을 두군데 모두 답사를 해야 할까를 잠시 고민했었다. 

브로모와는 전~혀 다르다는 이야기와 함께 상품으로 구성할때는 두곳 모두 경험이 필요했기에 브로모 화산 답사 이후, 이젠 화산으로 고민없이 출발하였다.  


발리로 가는 끄타팡 항구(Ketapang)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이젠화산까지 내일 아침 지프니 차로 1시간 정도는 더 이동을 해야 하는 거리이다. 

보통 외국 여행자들은 새벽 3시~5시 사이에 유황광산 입구에서 블루파이어를 보기도 하는데, 체력과 일정상 우리는 생략하기로 하였다. 


 

우기여서 그런지 바로 코앞만 보일정도로 안개가 자욱하다. 

천천히 걸어가고 있으니 유황광산으로 올라가는 현지인 두분이 말을 걸어 온다. 이것 저것 물어보며 함께 걷는데,  처음에는 거절을 하지 못해 동행했지만 안개가 자욱한 오늘같은 날씨에 현지분들 없이 갔으면 정말 큰일날뻔 했다는 생각을 두고 두고 했다. 


두얼굴을 가진 카와이젠(Kawah Ijen). 2,368m로 이젠 크리에이터 라고도 부른다. 유황광산 바로 옆에 칼데라호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순수 99%의 유황이 나는 곳으로 다른 지역의 화산과 다른점이다.

여행객이 많지 않은 지금의 1월달은 일터로써의 역할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안개속 사이로 샛노란 유황이 일정한 리듬을 타며 가까이 오기도 하고, 사라져 가기도 한다. 올라갈때는 어느정도 올라가는지 어디에서 쉴수 있는지 모르니 조금더 힘들고, 조금더 두근거린다. 

칼데라호를 볼수 있는 곳까지 올라가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총 1시간 정도가 소요되고, 중간에 유황을 캐서 정산을 하는 곳이 있어 여행자들도 현지인들 덕분에 잠시 쉬어 갈 수 있다. 


이곳은 약 300명 정도 현지인이 일을 하고 있고, 모두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60kg~80kg 정도의 무거운 유황을 어깨에 이고 매일 같이 2~3회정도는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니 자연스럽게 남성들의 몫이 된 듯하다. 

킬로당 약 700루피아(약60원)를 받아 하루 하루 생계를 유지한다고 하니 그들의 어깨에 있는 유황이 좀전과 다르게 바구니의 무게 만큼이나 삶의 무게도 느껴진다. 


가는 동안 안개는 걷힐줄 몰랐다. 걷는동안 이런 저런 생각과 칼데라호를 볼수 없을거 같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상의 날씨는 어떠냐고 물어 봤더니,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상에 가면 이런 안개도 없고, 아주 깨끗하게 네가 보고 싶어 하는 호수를 가까이에서 볼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워낙에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NO' 라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기에 이쯤되어서 나는 그러려니 했고, 사실 맘속으로 안개가 걷힐 거라는 말은 믿지 않았다 ㅋ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NO'라고 거절하지 못하고,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 확실하게 자신의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기질 탓이다.
상대방이 곤란해 하거나 싫어하는 기색이 있다면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단호하게 말하지 않는다.

일정을 상의 하는데에 있어서도 의견을 조율할때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막상 당일이 되어서 안되는 경우도 많고, 진행하기 힘들거 같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를 여행할때는 함께하는 현지인이 확실한 'YES'를 하지않고, '아마도' 라고 하면 한번쯤은 이것이 거절을 하는 의사표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꼭 해야 한다.
그리고 흥정을 하거나 할때는 꼭 다그런것은 아니지만, 현지가이드가 곤란해 할수도 있으니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 같다.


다시, 반신반의 하며 걷기 시작했다. 점점 위로 올라갈수록 유황가스의 냄새는 더 강해진다. 

미리 준비해온 마스크를 쓰고 가는데 옆에 현지인분들도 똑같은 상황이지만 손수건으로 마스크를 대신하며 걷는다. 안개 가득한 절벽같은 곳에 강한 바람이 갑자기 불어오더니 어느새 히끗히끗 에메랄드빛 호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OMG!!! 진짜 였다. 여전히 안개는 있었지만, 안쪽의 칼데라호수 쪽은 마치 다른 곳인양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호수를 조금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고민도 하지 않고, 가파른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내려가는 동안 위에서 봤던 칼데라 호수를 봤었던 설레임이 지속되지 않았다. 

그냥 그만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영팀장도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다고 했다. 위험할 정도로 길은 가팔랐고, 유황가스 냄새는 점점 콧속을 찌르고 있었다. 


계속해서 우리의 호기심 어린 발걸음이 현지인들의 일터를 망치고 있다는 생각에 여기까지는 안내려오는 것이 좋았을뻔 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려가는 동안 유황광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열로 인한 연기가 그 곳을 그득 메웠다. 파이프가 타지 않도록 부지런히 물로 열을 식히고, 오고가며 바구니에 가득담아 올라가고 내려오는 모습이 끝이 없다. 

눈인사를 하며 웃기도 하고, 뭔가 마음에 찔려서 그런지 반기지 않는 눈빛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렇게 30여분을 더 내려가서 본 칼데라호수의 광경에 넋이 나가 한동안 말을 하지 않고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가까이에서 본 유황광산도 실은 신기했고, 안개로 인해 조금은 멀리 보이던 호수의 모습을 좀더 가까이 보아서 좋았다. 


유황가스냄새로 머리가 슬금슬금 아파올때쯤 우리는 다시 왔던길로 되돌아 갔다. 

그리고 이번엔 안개가 걷혀 보이기 시작한 주변의 나무와 식물들을 보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두얼굴을 지닌 이젠 화산, 나는 현지인들이 일하는 일터로의 여행을 하는 것이 어쩐지 마음에 썩 들지 않았다. 

그리고 한두명이 오는 여행이 아닌 인솔을 해서 최소 8명이상과 함께 와야 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무엇보다 나는 현지인들의 삶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여행자들과 나누어야 할지 함께온 영과 이야기가 필요했다. 


일단, 우리는 현지인의 삶을 무겁게만 바라보지 말자고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분명 현지인도 일이 힘든것은 맞지만 불행한것은 아니다. 마치 힘든일을 해서 그들이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 버리는 것 만큼 그들에게 미안한 것도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는 공간을 여행자에게 허락한 현지주민에게 감사하자. 이젠 화산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어쩌면 좁은 길을 현지분들과 나눠서 걸을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행자들이 오는것이 단지 함께 걷고 팁을 받는 것이 좋아서 그런것이 아니라, 함께 걷고 이 자연을 아름답게 설명해주고, 자신들의 일을 설명해주는 것에 자부심 느끼며, 공존하는 것은 여행자의 몫도 어느정도 필요한것 같다


괜찮다 하면 호수는 위에서만 충분히 바라보는 것으로 하자. 사실 위에 설명한 모든 것들을 종합해서 본다면 호수는 위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아래까지 가지는 않아도 된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래서 손님들과 함께 갔을때는 충분한 설명과 함께 위의 내용들을 함께 공유하고 이야기 한후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였다. 


점점 배가 고파지기 시작하니, 어느새 입구에 도착했다. 숙소에서 마련해준 아침도시락을 이제야 꺼내들어 맛있게 따뜻한 커피한잔과 먹었다. 그리고 끄타팡 항구를 통해 발리로 이동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개인의 취향 : 세계테마기행 카와이젠화산편 - 동영상 보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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