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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의 콧노래

인도네시아 #1:뜨거운 적도의 나라에 눈이 내리면.

'여행'은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력적인 단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여행과 관련된 일을 처음엔 다양한 나라와 

도시를 다닐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스로 어떤 여행자가 되면 좋을지 고민 하게 되었다. 

여행자로써 또는 기획자였던 나의 여행을 공유하고, 길위에서의 고민에 대해 같이 이야기 하고 싶다.


 

<출처: 구글>


인도네시아는 발리섬이 있는 나라라고만 우리는 생각한다. 

나도 인도네시아의 첫 여행지는 발리였으니 말이다. 배낭여행자와 럭셔리여행자들까지 모두 품을 수 있는 숙박이 즐비한 여행지. 

그것이 발리섬에 대한 나의 첫 이미지였고, 인도네시아에 대한 이미지도 마찬가지였다. 

순전히 일로써 접한후 꽤나 많은 시간이 흘러서 자바섬의 화산들을 보고난 후에야 다양함을 볼 수 있었다. 



여기는 족자카르타. 

전날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알람이 울리고 한참만에 겨우 일어나 주섬주섬 침대에서 일어났다

같이 온 영팀장님은 이미 장기출장으로 체력이 바닥난 상태인지침대속으로 몸이 빨려 들어가 나오지 못하신다

혼자 길을 나서니 여행지에서 느끼는 동이트기 전 새벽공기가 참 좋다콧속으로 들어오는 깨끗한 시원함어스름한 분위기 근데 오늘은 하늘에서 눈처럼 뭔가 쉴새 없이 떨어진다여긴 30도가 넘는 더운나라눈은 아닌데 눈을 만난듯 기분이 묘하다

발걸음을 재촉하여 일출을 보기로한 보로부두루 사원으로 향한다사원에 들어가기 전 화장실이나 잠깐 들려볼까 하고 화장실 거울을 보니 모습이 가관이다머리며 옷이며 온통 새하얗게 뭔가 앉아 있다급하게 털어내고 주변을 살펴보니 다른 사람들도 모두 같은 모습이다

분주한 호텔 직원에게 잠깐 물어보니 어제 밤늦게 이곳에서 200km 나 떨어진 클루드(kelud) 화산이 터져 밤새 바람을 타고 화산재가 뭔 이곳까지 날아온 것이라고 한다당연히 오늘의 일출은 화산재가 온 하늘을 덮고 있기 때문에 물건너 갔다돌아오는 길 하늘을 보니여기가 정말 화산의 나라 인도네시아라는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인도네시아는 수천개의 휴화산과 활화산이 있는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나라이다

그래서 그런지 모두가 익숙한듯 놀란 여행자가 인명피해를 걱정하고 있을 때 노프라블럼이라고 웃으며 말해준다아주 없는건 아니지만 이미 클루드화산은 몇주전부터 경보 상태로 예상된 폭발이였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여 피해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 매체에서 접한 화산폭발의 모습은 처참하고무서운 존재로 각인되어 있어 걱정스러운 마음만 가득한데막상 화산지역의 사람들은 무서운면만 있다면 어떻게 이렇게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겠냐고 너스레를 떤다.


족자카르타에서 기차 4시간 차량 4시간 먼길을 따라 이동을 하다보면 인도네시아 자국민에게 아름다운 화산으로 가장 사랑받는 브로모 화산을 볼 수 있다브로모는 최근 2011년에 폭발하여 지금도 가스를 분출하는 활화산 중 한곳이다

브로모화산은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것 같은 하얀 연기를 내뿜는 웅장한 분화구와 주변의 세메루산(Semeru)과 바톡산(Batok)이 함께 있어 그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그리고 이 아름다운 화산의 모습을 전망대에서 일출과 함께 보는 것은 이미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되고있다



이른 새벽 덜컹덜컹 사슴눈을 가진 청년과 지프니로 어둠속에서 페난자칸전망대로 향하고 있다

매일같이 일찍일어나 운전을 하는데성수기때는 쉬는 날이 없지만 비수기때는 각 차량에 정식허가를 받은 차량에 번호를 붙여 예약이 들어오면 순번대로 일을 한다고 한다. 미리 준비한 털모자와 파카를 입었는데도 높이 2770m앞에서는 한국의 초겨울 날씨같음에 콧물이 쭈룩쭈룩 이다

도착하자마자 알록달록 벽과 사방에 이곳을 다녀갔음을 증명하는 많은 이들의 메모와 사진으로 꾸며진 곳에서 생강티 한잔으로 몸을 잠시 녹이고해를 기다린다


이날은 아쉽게도 선명한 해는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저 멀리 보이는 세메루산을 둘러싼 운치 있는 구름이 일출을 보러 온것도 잊게 할 정도였다

멀리서 아름다움을 보았으니웅장한 화산의 기운을 느껴 보고 싶어 우리는 화산입구로 장소를 옮긴다


입구 앞에는 분화구까지 걸어서 가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소정의 금액을 받고 말로 실어주는 현지인들이 있다

이들은 아주 오래전 무슬림의 세력을 피해 힌두교를 지키기 위해 이곳으로 정착한 소수민족 텡게르인이 대다수 라고한다

농사만 짓고 살았던 이 지역은 브로모화산으로 인해 생긴 일자리일까? 

가만히 주변을 둘러 보니 이렇게 유명한 관광지에 생각보다 여행인프라가 활성화되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다른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똑같은 물건을 판매하고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똑같은 형태의 레스토랑우뚝솟은 호텔등 관광지의 형태가 반복되어 형성되어 있지 않다. 




다만, 그렇다 보니 브로모로 오는 많은 여행자들은 이미 족자카르타같은 도시에서 미리 현지여행사의 투어를 신청하여 오는 경우가 많다. 

브로모 화산만 잠깐 들렸다 다른 곳으로 바로 이동하기 때문에 묵게 되는 숙소에서의 간단한 한끼 정도만 해결하게 되는 식이다. 

여행자들이 끊임없이 오더라도 지역 자체의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기란 힘들어 보인다. 

정부측에서 2015년에 입장료를 전보다 2배 가까이 인상하였으나, 이 입장료에 얼마만큼의 지역과 주민을 위한 할당액이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관광지로써의 개발이 천천히 아주 조금씩 진행되겠지만 브로모화산 지역을 기대어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의 특성과 환경을 고려하여 공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조금씩 변화되어 갔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브로모 화산을 뒤로 하고, 주변을 다시 살펴보니 마을로 들어가는 좁은길 옆 신기했던 구릉지(언덕위 풍경속에 농사짓기에 여념이 없어 보이는 이곳의 주민들이 보인다

고단해 보이지만하루하루를 신께 감사하며 살아가고평온함에 감사하다고 했던 이들이 보인다.  

새로운 지역을 여행할때마다 깨닫는다.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곳은 나도 모르게 나의 시각으로 판단하고, 보고 싶은것만 편집해서 보게 되는데, 

이번엔 함께 동행한 팀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브로모 화산은 여행자에게는 바라만 보아도 좋은 곳임에는 틀림없지만, 이곳을 다른사람에게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지 나는 아직도 조심스러움이 남는다.


+ 개인의 취향_ 박노해님의 에세이 '다른길' 을 읽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