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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의 콧노래

인도네시아 #5:발리의 마을_ 키아단펠라가마을과 뜽아난마을

'여행'은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력적인 단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여행과 관련된 일을 처음엔 다양한 나라와 

도시를 다닐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스로 어떤 여행자가 되면 좋을지 고민 하게 되었다. 

여행자로써 또는 기획자였던 나의 여행을 공유하고, 길위에서의 고민에 대해 같이 이야기 하고 싶다. 

 

여행지에서는 평소와 다르게 일찍 눈이 떠진다, 그것도 번쩍!!

오늘은 아침일찍 발리의 마을로 들어간다. 차량으로 1시간 30분 조금더 걸리는 그 길은 엉덩이가 들썩들썩 좌우로 흔들흔들 좁은 길을 따라 가게 된다.

 

처음 발리의 현지마을을 알게 된것은 4~5년전 해외사업부에서 팸투어를 통해 첫 인연을 가졌다고 들었다. 그리고 몇년이 흐르고 맵에 발리 담당자가 생기면서 고대마을 '뜽아난 마을'을 정규 상품으로 만들었고, 나는 두번째 담당자로 그 상품에 아주 조금 다듬다듬 하여 여행자들에게 소개하게되었다.

 

#마을 공동체 안에서 문화를 지키며, 지속가능한 삶을 찾는 'JED 네트워크'

발리마을을 알게 된것은 발리의 에코빌리지 네트워크(JED)의 그데이(Gede)사무국장을 통해서였다.

JED는 매스투어리즘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게 되면서 시작된 곳으로 2002년 발리의 자연과 고유의 문화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총 4개의 마을공동체- 뜽아난(Tenganan), 키아단펠라가(Kiadan Pelaga), 두쿠 시베탄(Dukuh sibetan), 스닝안섬(Ceningan Island)- 와 발리의 환경NGO단체인 위스누재단(Wisnu Foundation)의 도움을 받아 문을 열었다고 한다.

 그데이(Gede) 사무국장은 각 마을이 원래 갖고 있던 숲과 땅과 바다의 자원을 지키고 보존하며 미래세대에게는 고유한 문화를 전하고, 한편으로는 그들이 사랑하는 것과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의 모습으로 여행자들이 방문하여 마을의 고유한 문화를 직접 체험 할 수 있도록 마을과 소통하고, 여행자들간 이어주는 역할을 꾸준히 하고 있다.

 

 

# 숲속의 요새, 고대 뜽아난 마을

우붓에서 차량으로 2시간여 정도 달리면 발리의 동남쪽 해변근처의 짠디다사(Candidasa)지역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다.

뜽아난 마을(Tenganan) 4개의 마을중에서도 발리니스가 인정하는 유일한 고대마을이자 전통방식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요새 같은 마을이다. 외부인의 정착이 마을에서 아직도 금지되어 있으며, 결혼도 외부사람과 하는 것이 금지된 마을이다. 여전히 마을의 규율을 보수적으로 지키며 살아가는 마을이지만 외부사람 교류 하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마을의 문을 여행자에게 열어 주었다고 한다.

 

마을은 고즈넉한 분위기와 함께 여유롭고 잘 정비되어 있다. 마을의 입구를 지나면 길을 따라 양옆으로 잘 정돈되어 있는 가정집이 보이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산에 기대어 마을을 형성한 흔적이 굽이굽이 숨어있는 계단에서 느껴진다. 조상의 모습대로 꾸밈없이 살아가는 마을과 사람들, 근데 막상 마을은 너무 조용하고, 현지인은 집집마다 운영하고 있는 작은 수공예가게를 가야만 가게주인으로 볼수 있다. 아마도 낮시간에 우리가 찾아가는 시간에는 모두들 마을소유의 근처 논과 밭으로 일을 나갔기 때문일거라 짐작한다.

 

가끔 손님들이 현지인을 만나러 갔는데, 현지인은 하나도 안보여서 실망했다고 하거나 집집마다 직공예품이나 장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상업화 된거 같아 아쉬웠다고 하는 분들이 있었다. 손님들의 이야기도 맞는 이야기 이지만, 100% 관광지로 조성된 마을 단지가 아니니 어떤때는 마을 어르신들이 있을때도 있고, 없을때도 있다. 본인들의 삶이 있으니 여행자들의 방문스케줄이 아닌 개인의 일상을 살아가고, 느닷없이 찾아가는 이들은 우리 여행자들이니 어쩔수 없이 그때 그때의 마을 모습이 우리가 상상한것 보다 별것 아닌 모습일때가 있는 것이다. 근데, 일상적인 삶이란 다 그런것이 아닌가? 마을을 더 매력적으로 관광지화 시킬수도 있지만, 하나를 얻으면 분명히 잃는 것이 있음을 알기에 그들은 마을에서 꼭 지켜야 하는 규율은 공동으로 철저히 지키며, 그 외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마을의 자원들을 있는그대로를 여행자들과 나누고 싶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미리 마을에 간다고 JED네트워크에 말을 해놓는다면 마을가이드를 따라 가이드가 양해를 구한 현지 어르신들 몇분이 기다리고 있는다. 마을 가이드는 선조들이 물려준 오랜 생활양식을 이어 숲에서 모아온 천연재료들로 염색을 하고 천을 제작하는 그린싱(gringsing) 직조법을 고수하는 장인의 집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치료에 쓰이는 약 꿀을 전통적 방법으로 벌을 치는 양봉가의 집도 함께 방문해준다. 생활속에서 유용하게 쓸 법한 대나무바구니도 옛 방식 그대로 한땀한땀 다듬고, 매만져 완성시키는 모습도 지나가며 볼수 있다 그리고 원한다면 체험해 볼수도 있다.^^

 

뜽아난 마을은 마을내 외부인의 토지소유가 금지된 것 외에도 발리와 다른 몇 가지가 또 있다. 매달 오픈된 공간에서 마을 회의가 열려 마을의 대소사를 언제나 누구든지 함께 결정하고 상의를 하며, 마을대표 또한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 바깥 세상은 남아선호사상이 있는 반면 이곳은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곳으로 보통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사람만 마을의 리더를 맡지만 이 마을은 마을대표가 부부 공동으로 여성도 함께 마을 일을 한다.

 

발리의 또 다른 발리를 만날 수 있는 이곳은 몇 해 전 고대발리마을을 연구하기 위한 학자 이외에는 아직도 외부인이 마을에서 머무를 수 없다고 한다. 뜽아난마을 사람들과 좀더 가까이에서 만나고 싶어하는 여행자들에게는 홈스테이의 기회가 없어 섭섭한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마을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 그들의 생각과 생활 양식이 파괴되어 가는 마을기반관광(CBT)으로 변할까 하는 마음에 적절한 선을 긋고 소통하는 모습이 나쁘지는 않다.

 

# 구름위의 마을, 키아단펠라가 마을

키아단 펠라가 마을은 우붓에서 북쪽으로 1시간 30분정도 소요되며, 아궁산에 안겨있는 마을이다. 고지대여서 우붓보다도 기온이 낮아 선선한 기후이고, 대부분의 주민들이 커피 농장을 하고 있다. 이 마을은 주민모두가 참여하는 친환경마을이고, 여행자들에게 마을을 소개해주는 가이드는 오랜토박이로 마을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한눈에 알수 있다.

 

 

뜽아난 마을은 홈스테이가 되지 않아 아쉬움이 살짝 있다면, 키아단 펠라가 마을은 홈스테이가 가능한 마을이여서 여러 여행자들이 이곳에 한번 왔다가면 마을에 푹빠져 온다. 

마을은 주변에 다른 마을도 있지만 이지역에서 유일하게 친환경 농업과 마을을 고수하고있는 곳으로 몇몇 가족들이 타지에 나가고 방이 여유가 있는 집들을 선정하여 마을 CBT멤버들이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곳을 처음 찾았을때는 사진으로 보았던것 보다 훨씬 깔끔하고, 영어로 소통은 힘들지만 그들의 따스함과 수줍움으로 마음을내려 놓았던것 같다.

 뜽아난 마을은 외부인의 유입이 전혀 없는 가족중심의 마을이여서 모든것이 공동 소유였지만, 키아단 펠라가 마을은 조상이 살았던 땅과 집을 물려받아 그 땅에서 가족들이 살고는 있지만 마을 전체가 가족으로 이루어져 있지는 않다. 그래서 여행자가 오면 홈스테이와 식사배정을 공평하게 돌아가면서 한다고 한다. 수익도 일부는 마을 주민에게, 일부는 마을 발전기금으로 사용된다. 

 

홈스테이를 제공하는 집은 총 4채가 있는데 대부분 마을의 대소사를 함께하는 마을 회관과 5분이내 거리에 있다. 하지만 개인의 가정집에서 이루어 지는 홈스테이다 보니 집집마다 화장실과 방의 분위기, 컨디션은 매우다르다^^ 가끔은 쌀쌀한 날씨에 씻는것을 포기할때도 있었는데, 이유는 물이 굉장히 귀해서 저장해서 쓰는데 구지 이 날씨에 씻을필요가 뭐 있겠나 싶어서 대충 고양이 세수만 하고 잠자리에 들때가 많았다. 간혼 나의 경험담을 이야기를 해주면 청소년 친구들은 딱 두 부류로 나뉜다. 여자친구들은 씻기편한 옆집에 가서라도 씻고오고, 남자친구들은 이때다 싶어서 씻는것을 그만둔다. ㅋ 하지만 씻지 않아도 정말 포근이 잠들수 있는 것은 어느집에서 자든 깔끔한 이불을 준비해 주시기 때문이다.( 간혹 얇은 이불을 주는 집도 있는데, 주인어르신께 말만하면 더 준비해주신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스름하게 낀 안개와 웅장하게 솟은 신성한 아궁산은 콧속에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자연이 주는 평온함을 만끽 할 수 있다. 여행자들의 컨디션과 시간에 맞추어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는데, 마을의 농업용수로 사용되는 마을 큰 폭포부터 그들의 삶의 터전 농장들을 두루두루 돌아보며 커피콩, 카카오, 열대과일 등등 끊임없이 설명해주시고, 볼수있게 해주신다. 그리고 마을 둘러보기의 가장 멋진 부분은 나의 시간대로! 나의 컨디션대로! 길게 트래킹 할 수 도 있고, 트래킹하다 쉬고 싶으면 언제든 돌아오면 된다.

그들은 말한다. "여기있는 순간은 너의시간이니 너의 뜻대로하렴"

 

 

마을여행에서 가장 최고로 꼽는것은 마을식사이다. 어디를 가든 현지식을 가장 제대로 먹어 볼수 있고, 우리네 엄마가 해주는 밥이 가장 맛있듯이 여기서도 어르신들이 정성껏 해주시는 음식이 어느 레스토랑 음식보다도 더 맛나다. 취향대로 먹을수 있도록 부페식처럼 5~6개 종류의 음식을 대나무바구니에 바로 옆 바나나 나무잎을 깔아 만든 접시에 덜어서 먹으면 된다. 그리고 시즌에 따라 바나나가 있다면 바나나튀김(피상고랭)과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발리니스 커피 한잔을 먹으면 천국의 맛이다. 

 

키아단팰라가 마을은 언제가도 아쉬운 동네이다. 좀더 쉬어 가고 싶고,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은 그런 곳이다. 

 

내가 만난 마을은 정체되고 폐쇄된 공동체 마을이 아닌 여행을 통해 마을사람과 외부인이 함께 문화를 공유하고, 지금의 삶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한다.

마을기반여행(CBT)을 운영하면서 이들 마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공통된 모습은 바로 조상대대로 뿌리내리고 살고 있던 마을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 그리고 마을에 방문한 여행자들의 만족도가 높아 지면서 농사 이외의 다른 부분에서 삶의 활력소를 만드는 그들의 즐거운 모습이다.

 

 

그 모습은 그대로 마을 곳곳의 그들의 삶에도 스며들어 있지만, 그곳을 방문하여 직접 만나고 소통하는 여행자들에게도 활력이 전해져 서로에게 더 즐거운 시간이 되는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JED(Jaringan Ekowisata Desa) Village Ecotourism Network : JED 에코빌리지 네트워크: www.jed.or.id/

+ 본 사진은 트래블러스맵 출장중 찍은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