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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의 콧노래

인도네시아 #7 : 숲속의 사람 오랑우탄이 사는, 칼리만탄

'여행'은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력적인 단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여행과 관련된 일을 처음엔 다양한 나라와 도시를 다닐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스로 어떤 여행자가 되면 좋을지 고민 하게 되었다. 

여행자로써 또는 기획자였던 나의 여행을 공유하고, 길위에서의 고민에 대해 같이 이야기 하고 싶다. 


인도네시아 이야기의 마지막 여정 칼리만탄. 

인도네시아의 만개가 넘는 섬중에서 나는 고작 4개의 섬에 가본것이 다인데 많은 곳을 다녀온것처럼 글을 쓴거 같아 머쩍어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1.

칼리만탄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 꼬박 자카르타까지 7시간이 넘는 비행을 하고, 국내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하염없이 좁아터진 공간에서 딜레이 되고 있는 비행기를 이유도 듣지 못한채 5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우리 일행 말고도 외국인 여행자들이 많아서 결국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이 항의를 하기도 했고, 뒤늦게 제공된 도시락으로 굶주린 배를 채우고 오늘 안에는 가겠지.. 라는 희망을 놓지 못하고 기다렸다. 동행할 현지 가이드분은 이런 일은 정말 자주 있는 일이라며 그래도 항공이 캔슬된것은 아닌거 같다며 좀더 기다려 보자고 한다. 우리 오지랍 넓은 현지 가이드분은 답답해 하는 외국여행자들한테도 이런식으로 설명하며 나쁘지 않은 영어로 지루한 시간을 달래는듯 하였다. 


드디어 12시쯤 출발해야 하는 비행기는 오후 5시쯤 되어서야 팡칼라분으로 출발했다. 오늘 오후 일정은 모두 날아갔지만, 저녁늦게라도 들어 갈수 있어서 다행이였다. 오랑우탄을 볼수 있는 국립공원이 탄중푸틴 국립공원 말고도 몇군데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부분 국립공원허가증, 혈액검사를 받아야 오랑우탄보호 구역으로 들어 갈수 있다. 우리 일행의 경우는 미리 사전에 현지코디네이터에게 부탁을 하여 혈액검사는 따로 받지 않고 허가증으로 별 무리 없이 들어 갔다. (탄중푸틴 국립공원의 경우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 비교적 건강한 오랑우탄이 살고 있는 곳이기에 허가증만 있어도 쉽게 접근이 가능한것 같다. 하지만 다른 보호구역이라면 추가절차와 서류가 있는지 사전에 미리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


2만년전부터 형성된 지역 특성으로 강이 커피색을 띄고 있다. 수많은 세월동안 나무와 이끼가 서서히 부패되면서 진흙으로 응고되어 토탄(peat)층이 형성 되었기 때문이다. 


탄중푸틴 국립공원은 정해진 코스대로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카르타(Jakarta)-팡칼란분(Pangkalan Bun) 까지 국내선을 이용해 1시간여 정도 소요되어 도착후, 쿠마이 항구(Kumai) 로 차량으로 20분 정도 이동하여 클로톡보트(Klotok boat)를 타고 국립공원에서 형성되어 있는 빌리지나 오랑우탄 캠프를 만나는 선상여행을 시작한다.


2.

칼리만탄이 속해 있는 보르네오섬은 세나라가 함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섬이라고 한다. 브르나이,말레이시아(휴양지로 유명한 코타키나발루가 이곳에 있다)그리고 인도네시아가 속해 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이섬을 칼리만탄이라고 부른다. 칼리만탄섬은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화산이 없는 섬이면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섬이다 그래서 아시아의 허파이면서 자연이 만든 온실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강수량이 많고, 다습한 기후를 하고 있어 열대우림의 최적의 조건을 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이 70~80년대 자바섬의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정부 정책에 의해 강제이주된 분들이 많다. 원래 살고 있었던 토작민들은 다약족이였지만 이때 이주한 마두라족과 꽤 많은 시간 피를 흘리며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우랑우탄은 음식을 먹을때 자리를 옮기지 않고 한곳에서 먹는다. 파인애플, 두리안을 주로 좋아 한다고 한다. 또한 오랑우탄은 5살 아이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얼굴에 볼록하게 치크패드가 있는 것이 수컷이라고 한다. 치크패드가 클수록 상대에게 위협적인 수컷이라고 한다.  


야생 오랑우탄을 볼수 있는 곳은 내가 가고 있는 칼리만탄 섬과 수마트라섬 딱 두곳 이라고 한다.(아마도 말레이시아에서도 보호되고 있는 우랑우탄을 볼수 있긴 한거 같다)  하지만 많은 환경단체와 영장류 학자들이 이곳의 보호를 목놓아 외치는 것은 요즘 불법 벌목, 석탄광산 그리고 팜오일로 인한 숲의 파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벌목이나 석탄 광산으로 인한 숲의 파괴가 절대적이였다고 한다면, 요즘은 바오매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재생에너지가 크게 주목받으면서 외국자본가들이 팜유에 투자하면서 팜유농장을 만들기위한 벌목과 산림훼손이 심각하다고 한다. 언제나 문제는 기업형 농장들에서 부터 시작되는것이 이곳도 대부분의 지역주민들은 고무나무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문제는 기업형 팜유 농장이 98% 의 점유율을 차지하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듯 하다. 


숲속에 사는 야생 오랑우탄은 말라이계 언어로 오랑은 '사람', 우탄은 '숲'이라는 뜻이여서 오랑우탄을 "숲속의 사람"이라 불리우는 것이다. 오랑우탄들의 특징은 단독생활을 하기 때문에 오랑우탄에게 서식지 확보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한다. 보통 태어나서 40~60년 까지 살 수 있으며, 평생동안 2~3마리정도 새끼를 낳을수 있다고 한다. 한번 임신후 다음 임신까지는 7~8년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니 사람보다도 더 제한적으로 새끼를 낳는 것 같다. 이렇게 오랑우탄이 새끼를 낳는 시간보다 숲이 파괴되는 속도가 더 빠르니 당연히 하루중 90% 이상을 나무에서 살아가는 우랑우탄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3.

여행중 만나는 불행은 우연의 행복을 안겨주는것 같다. 저녁 늦게 도착한 쿠마이 항구에서의 첫 여정은 너무 아름다웠고, 특별하기 까지 했다. 때마침 지나가는 길목이 반딧불이 서식지였는데, 생활 불빛이 없는 깜깜한 숲속에 반짝이는 건 반딧불이, 밤하늘의 별과 달뿐이였다. 초롱초롱한 반딧불이를 고요한 공기는 하루종일 지친 몸을 쉬게 해주었다. 

툴툴툴툴~ 소리를 내며 강을 지나가는건 우리와 몇몇 함께 내린 여행자들의 배뿐이였다. 



쿠마이 항구를 출발점으로 여행기간동안 선상에서 지내며 각 캠프를 방문하게 된다


오랑우탄을 볼 수 있는 캠프는 총 4군데인데, 탄중하라판(Tanjung Harapan), 폰독탕귀(Pondok Tanggui), 오랑우탄 자연복귀 센터중 가장 오래된 캠프리키(Camp Leakey) 그리고 산림을 지키기 위해 나무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파살라트(Pasalat)캠프가 있다. 모두 다 가볼필요는 없고 두군데 정도 골라서 가는 것을 추천하며, 배위에서 계속 생활하다보면 걷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데 이때 캠프 리키를 방문하면 30~40분 정도 트래킹 할수 있는 코스가 있어 오랑우탄을 보고 한바퀴 돌며, 중간중간에 마추지는 식물과 오랑우탄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칼리만탄은 5월~8월까지 여행하기 좋은 때인데, 다른 때는 우기로 클로톡을 타고 여행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도착한 7월말의 캠프는 오랑우탄을 보호하기 위한 국립공원인지, 수많은 여행자들의보트를 보기위함인지 모를 정도로 아수라장이였다. 그리고 오랑우탄을 볼수 있는 곳은 식사 시간에 맞추어 과일이 공급되는 장소(feeding station)에서 볼수 있는데 이곳은 사람머리가 더 많이 보인다. 내가 생각한 우랑우탄과의 만남이 아니라서 살짝 실망하고 트래킹에 나선다.


길을 가던중 오랑우탄을 운좋게 만났다. 외국인을 안내하는 국립공원 직원이 본인과 친한 오랑우탄을 부르는것이다. 우리는 멈추어서서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온 오랑우탄을 볼수 있었다. 피딩장소(feeding station)가 아닌 다른곳에서 볼수 있는 행운을 얻은것이다. 와인색의 고운 빛갈을 가진 오랑우탄은 눈이 맑아 나의 마음을 콩닥콩닥 뛰게 할 정도였다. 오랑우탄은 너무 멋있어 보였고, 사랑스럽기 까지 했다. 

오랑우탄을 어떻게 부를수 있는지 물어 보니 어릴때부터 함께한 국립공원 직원과는 냄새와 소리로 알기 때문에 부르면 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맘에 드는 사람에게는 팔짱까지 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몸이 좋지 않을때 혼자 다니면 오랑우탄에게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니 조심해야 한다는 말도 해주셨다. 처음엔 반사적으로 사진을 찍다 이내 포기하고 한발짝 물러나서 한참을 바라보만 보았었다.


4.

클로톡에서의 생활은 게으른 베짱이가 되기위한 최적의 장소인듯 하다. 현지식을 요리해주시는 요리사도 동승하기 때문에 맛있는 현지식을 먹으며, 배위에서 강을따라 코주부 원숭이도 만나고, 이름을 알수 없는 새들과 나무들을 만난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았던건 배 위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시간의 여백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아침이슬이 내려 앉은 배위에 어렴풋한 새벽기운은 무엇보다 좋았다. 


하지만, 밤마다 난리법석이였다. 배 위에 지붕을 만들고, 매트와 모기장으로 침대를 만들어 포근할것만 같은 잠자리도 각종벌래떼들의 습격으로 부터는 자유롭지 못했다. 시골여자인 나는 벌레를 무서워 하지 않기 때문에 타이르고 별거아니라고 말했지만, 태생적으로 벌레를 무서워 하는 청소년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들이 예쁜건 잠자리마다 벌레가 덜들어 오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으로 옹기종기 모여 같이 자는 모습이 참 예뻐 보였다. 


청소년친구들은 배위에서 일기도 열심히,노는것도 열심히 였다.


나도 배위에서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베짱이처럼 있는 것이 좋은데 아이들은 오죽 좋았을까 싶은데, 사건은 배위에서 편하지 않은 화장실로 부터 시작 되었다. 나는 나의 분뇨가 강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알고 차마 볼일을 볼수가 없었다. 그래도 작은건 어쩔수 없이 배출했지만, 큰것은..... 하... 나는 장운동이 진짜 활발한 사람이고, 가스배출을 하지 않으면 배에 가스가 차는 그런 몹쓸 사람이였다.(평소에는 변비없음을 자랑스러워했었다) 작은 공간에서 갈곳 없이 나는 몸속의 어떤것들을 배출하지 못해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어쨋든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고, 정말 많이 아팠었다. 그래서 지금 생각하는 건데 함께간 청소년인솔교사들이 왜 그렇게 그 맛있는 현지식을 조금씩만 먹었는지 그때는 이해를 못했는데, 바로 이런 이유떄문이지 않았을까? (순전히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젠 진짜 이런상황이 또 온다면 조금만 먹을꺼다)


5. 

오랑우탄은 멸종동물로 지정되고, 많은 사람들이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우리들의 방문으로 인해 또 다른 환경피해가 나올까 걱정이 되긴 했다. 성수기만 되면 수많은 보트로 강의 길목이 메워지고, 오랑우탄을 볼수 있는 캠프가 사람으로 메워진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숲의 파괴 주 원인은 이곳을 찾는 여행자보다는 기업형 팜유 농장때문이라는 말에 죄책감이 조금덜했지만 친환경 보트를 도입해서 지역주민과 여행자들이 함께 한다면 더 좋을거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 오랑우탄이야기를 하기 전에 '제인구달' 책을 꼭 읽고 글을 작성하고 싶었는데, 제인구달은 침팬치 동물학자였다.(혼자 헷갈림) 오랑우탄은 캐나다의 '비루테 골디카스' 동물학자가 탄중푸틴에서 대리모 역할을 했다고 한다. 

나중에라도 '제인구달'과 제인구달과 비루테 골디카스의 이야기가 있는 '유인원과의 산책'을 읽어보려고 한다.

+ 본글은 '그린아시아(2008) 결과보고서를 참고하였습니다.

+ 사진은 트래블러스맵 지구별여행 인솔동행시 찍은 사진으로 무단 사용을 금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