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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의 See.나.樂

공정여행이 뭐임?-1. 공정여행이란





나나의 See.나.樂 은

여행과 여행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글로 쓴다. 

때때로 이것도 여행인가 싶은 작은 여행도 기록한다.

삶이 정말 여행인지에 대해 확신은 없으나 때때로 그런 척 하는 것이 풍요로운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이기적인 여행집단’ 에디터들의 글을 즐기기 위해서는 공정여행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아 ‘공정여행이 뭐임’시리즈를 기획했다. 

그러나 ‘개념 정리 따위…’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건너뛰어도 무방하다.


글 싣는 순서> 1. 공정여행이란?  >  2. 공정여행과 기존 여행의 차이점  >  3. 공정여행을 즐기는 방법



1. 공정여행이란?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공정여행’의 정의를 검색해 보면 이런 문구가 나온다. 


“공정여행이란,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등한 관계를 맺는 공정무역(fair trade)에서 따온 개념으로, 착한 여행이라고도 한다.”(출처 : 시사상식사전, pmg지식엔진연구소, 박문각) 


공정여행을 설명하는데 공정무역이 등장하니 잠깐 공정무역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듯 하다. 공정무역을 또다시 검색해 보면 이런 설명이 나온다.


“개발도상국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무역을 말한다”(출처:에듀넷)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그냥 무역이 아니라 ‘공정무역’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기존의 무역방식이 생산자에게는 공정하지 못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공정하지 못한 방식의 사례는 이런 것이다. 커피콩을 유통하기 위해 어떤 기업은 커피콩을 생산하는 농부에게 직접 콩을 사기보다 그 주변의 넓은 농지를 구입하여 커피콩을 경작한다. 이렇게 대규모로 생산한 커피콩은 가격이 기존보다 저렴하게 책정되어 커피콩 거래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소규모 커피콩 농부들은 원래 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 커피콩을 거래 하게 된다. 손해를 본 농부들은 점점 쌓여가는 부채를 감당할 수 없어 자신의 땅을 기업에 헐값에 팔게 되고, 기업의 농장에 일꾼으로 고용되어 저임금 노동자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이것은 물론 땅을 소유하고 있는 생산자들의 사례다. 땅조차 없는 생산자들은 처음부터 저임금 노동자가 된다. 일부 국가에서는 아동들에게도 이런 노동이 강요되고 있다. 




 공정무역은 소규모 생산자들이 더 이상 헐값에 커피콩을, 자신의 토지, 노동 그리고 유년을 팔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좀더 양질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수매가 하한제 등을 통해 생산자들에게 안정된 수익을 보장하고, 소비자들에게는 보다 질 높은 상품 공급을 약속함으로써 정당한 상품가격에 대한 신뢰를 쌓는다. 이를 통해 생긴 수익은 다시 생산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투자된다. 기존 기업의 무역 방식과 다른 점은 바로 생산자와 생산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기업의 최대 수익창출만큼이나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다시 공정여행으로 돌아와 보자. 공정여행 역시 생산자(거칠게 표현해서 가이드, 현지 주민 등)와 생산지(이것 역시 거칠게 관광지)의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기존의 여행이 그렇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동안 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공장’이라는 비유로 표현되기도 했다. 인프라에 대한 투자 대비 높은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고, 1ㆍ2차 산업과 달리 환경오염 발생도 적다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관광산업은 침체된 지역경제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유효한 방법으로 현재까지 자주 거론된다. 이 주장은 항상 옳은 것인가? 

 필리핀 보라카이 섬의 사례는 관광개발로 인해 현지인이 겪는 피해를 보여준다. 1980년 말경 보라카이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다국적기업들은 아에타족(보라카이섬 원주민)의 경작지를 헐값에 사들여 호텔과 리조트를 건설했다. 리조트가 있는 해안에서는 조업도 금지되었다.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에서였다. 일터를 잃은 아에타족에게 필리핀 정부는 내륙의 정착촌을 제공하지만 박제가 되길 거부한 아에타족은 다시 그들의 고향을 되찾기 위해 보라카이 자유 해안에 정착한다. 그러나 다시 2000년에 퇴거명령이 내려지면서 이들은 갈곳 없는 신세가 되었다. 이들의 자유해안을 빼앗은 것은 다름아닌 호텔 신축 계획이었다. 


필리핀 보라카이


 지상 낙원으로 불리는 몰디브도 보라카이와 다르지 않다. 초호화 리조트 덕분에 남아시아에서인구 1인당 소득이 가장 높은 나라로 몰디브가 꼽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부의 분배와 개발은 불균등하게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몰디브 전체 인구의 30%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수도 말레에는 아파트, 상점, 교정시설, 정부, 경기장 등이 10㎢ 안에 밀집해 있다. 몰디브 GDP의 약 3분의1을 차지하지만 몰디브 인구의 11%만이 여행업 종사자이다. 이들 중 리조트를 소유하고 있는 몰디브인은 거의 없고, 리조트의 매니저들 대부분 1세계의 외국인들이다. 몰디브인들이 그에 걸맞는 교육과 훈련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코리아 리얼타임 : 지상낙원 몰디브의 비하인드 스토리) 결국 이들은 리조트에 고용되어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이런 일자리나마 차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높은 관광지 물가의 생활고에 시달리며 노숙자로 나앉는다.

 연간 9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이 지상낙원의 원주민들은 왜 가난한가? ‘특산물이나 공예품이라도 판매한다면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텐데...’라고 당신은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문객이 휴가기간 내내 대부분 리조트 안에서만 머물다 섬을 떠나는 것을 알게 되면 이해가 될 것이다. 다국적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럭셔리 리조트들은 공항에서부터 수상비행기나 쾌속정을 이용해 손님들을 실어나르고 실제 리조트 안에는 휴양지에서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손님들이 리조트 밖을 나갈 일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손님들은 항공비를 제외한 현지 여행경비 대부분을 이 리조트에 지불하게 되고 그 돈은 몰디브에 남는 것이 아니라 다시 다국적 기업이 속한 1세계나라들로 빠져 나간다. 


  공정여행은 이렇게 관광지에서 다시 1세계로 빠져나가는 돈을 최소화해서 현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한다. 럭셔리 리조트 보다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나 식당을 이용함으로써, 이 여행에 관여하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불함으로써 그것은 가능하다.

  공정여행은 여행자에게 현지인과의 다양한 만남을 통해 단순한 서비스의 소비자가 아닌(갑이 아닌) 현지의 문화를 존중하는 세계시민으로 남을 것을 요구한다. 여행자가 서비스의 소비자로서 자신을 인식한다면 현지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현지문화를 거스르는 옷차림과 행동들을 하는데 거리낌이 없을 것이다. 그곳의 자연환경과 문화는 내게 서비스로 제공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을 세계시민으로 인식한 여행자는 어떨까? 내가 경험한 이 아름다운 풍경과 좋은 사람들이 여전하길 바라며 자신의 행동들을 선택해 갈 것 이다. 

  정리하자면, 공정여행이란 여행지의 모든 것(현지인, 자연환경, 사회, 문화 등)에 편견 없이 다가서며, 대등한 관계를 맺고, 현지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여행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