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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의 See.나.樂

공정여행이 뭐임?- 3. 공정여행을 즐기는 방법_2


나나의 See.나.樂 은

여행과 여행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글로 쓴다. 

때때로 이것도 여행인가 싶은 작은 여행도 기록한다.

삶이 정말 여행인지에 대해 확신은 없으나 때때로 그런 척 하는 것이 풍요로운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이기적인 여행집단’ 에디터들의 글을 즐기기 위해서는 공정여행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아 ‘공정여행이 뭐임’시리즈를 기획했다. 

그러나 ‘개념 정리 따위…’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건너뛰어도 무방하다.


글 싣는 순서> 1. 공정여행이란?  >  2. 공정여행과 기존 여행의 차이점  >  3. 공정여행을 즐기는 방법-2



3. 공정여행을 즐기는 방법-2


2010년을 전후로 한국에는 공정여행 혹은 착한여행을 표방하는 여행사들이 생겨났다. 기업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이매진피스나 국제민주연대와 같은 NGO에서도 이미 여행프로그램을 통해 공정여행을 알려나가고 있었다. 차이는 있지만 이들이 정리한 공정여행 규칙은 그 나름 공정여행의 정의와 방법을 포함하고 있어 일반인들에게는 공정여행을 이해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었을 것이다. 




(사)지속가능한관광 사회적기업네트워크[각주:1]가 만든 공정여행 캠페인 브로슈어.



국제민주연대의 '공정여행 권장사항' 중 일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매진피스의 '함께 만들어 본 공정여행 가이드라인 10가지' 중 일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조직의 형식과 운영방법(기업과 NGO)의 차이에 따라 공정여행 원칙을 표현하는 언어와 정도의 상이함이 존재하지만 크게보면 여행자와 여행지, 현지인(그리고 사회, 문화, 환경 등등)의 '관계맺기'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은 공통된 특징이다. 

많다면 많고 누군가에게는 부족할 수도 있는 원칙 혹은 가이드라인 중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한가를 따지는 것은 어렵지만 무의미하기도 하다. 여행지의 상황(정치적, 환경적, 문화적)에 따라 혹은 여행자의 처지에 따라 어떤 것들은 취사선택 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 가이드라인들을 100% 지키면서 여행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생길 수도 있다. 그 답은 당신이 선택한 여행의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공정여행사의 상품을 통해 청산도 여행을 가서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식당에 들른 당신의 눈앞에 일회용 젓가락과 종이컵이 보인다면 당신은 당장 여행사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식당을 좀더 자세히 살핀 당신은 이내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한국의 도서지역이 거의 그렇듯 이곳도 일할 사람이 많지 않아 손님이 몰리는 점심 시간에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분이서 설겆이까지 완벽하게 하면서 손님을 받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춧가루 묻은 스뎅컵을 내놓을 바에야 깨끗한 종이컵을 쓰겠다는 것이 이 식당 주인장의 숙고의 결과인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해외 개별 여행에서 했던 것 처럼 개인용 컵과 수저를 챙겨서 다닌다면 어떨까? 작게 나마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일 수 있고, 애꿎은 여행사를 탓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당신의 마음에 평화가 찾아와 여행이 한결 즐거워 질것이다. 

 위의 이야기와 연결하여, 물이 부족한 지역으로 여행을 가면서 매번 씻어서 보관해야 하는 개인용 수저와 물통 혹은 손수건을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물티슈나 일회용품을 사용하면 무게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가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언뜻 보면 일리가 있으나 사실 그렇지 않다. 이 이야기는 일회용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의 탄소배출과 물소비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이점을 고려하면 사용빈도가 늘어날 수록 당연히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은 불합리한 선택이 된다. 


  착해지기 위해서, 착함을 인정받기 위해서 여행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때문에 공정여행 가이드라인도 그것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라기 보다는 이런 가이드라인들이 왜 생겨난 것인지를 묻는 것이 중요하다. 왜 코끼리 트레킹은 안되는가(그것은 항상 옳은가?), 왜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식당과 숙소를 이용하는가(외국인이 운영하는 곳은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고 사용하는가?), 왜 길거리의 아이들에게 돈을 주면 안돼는가?(돈을 받은 아이들은 어떻게 생활하나?) 등등 이것은 동전의 양면이다. 그리고 이것이 결국 당신의 여행이 얼마나 좋았는지를(합리적이었는지를, 손자에게 이야기해 줄만한 것이었는지를)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좀 더 적극적으로 당신이 이기적인 여행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렵게 휴가내서(그것도 단 며칠) 몇달 동안 모은 돈을 쓰게 될 당신의 여행이 다음 번 당신의 여행을 방해하는 첫걸음이 된다면 당신의 여행은 성공인가 실패인가.


공정여행 가이드라인은 이번 여행도, 다음 여행도 당신이(혹은 당신의 가족, 연인, 친구가)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닦아두는 오솔길 같은 것이다. 매번 성공하는 여행을 하기 위해 이 오솔길을 씩씩하고 과감하게 걸어볼 일이다.




  1. (사)지속가능한관광 사회적기업네트워크는 국내 30여개의 공정여행사 혹은 CBT단체의 협의체로서 2010년에 설립되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