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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의 See.나.樂

공정여행이 뭐임?-3. 공정여행을 즐기는 방법


나나의 See.나.樂 은

여행과 여행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글로 쓴다. 

때때로 이것도 여행인가 싶은 작은 여행도 기록한다.

삶이 정말 여행인지에 대해 확신은 없으나 때때로 그런 척 하는 것이 풍요로운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이기적인 여행집단’ 에디터들의 글을 즐기기 위해서는 공정여행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아 ‘공정여행이 뭐임’시리즈를 기획했다. 

그러나 ‘개념 정리 따위…’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건너뛰어도 무방하다.


글 싣는 순서> 1. 공정여행이란?  >  2. 공정여행과 기존 여행의 차이점  >  3. 공정여행을 즐기는 방법



3. 공정여행을 즐기는 방법 


1)공정여행을 둘러싼 오해


  공정여행과 기존 대중관광의 차이점을 앞에서 간략하게 살펴보면서 공정여행이 가진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까다롭게 보이는 기준에 당신은 벌써 이것을 '불편한' 혹은 '재미없는' 여행으로 판단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실제로 공정여행에 대해서 사람들과 대화하다보면 이런 질문들을 받곤 한다. "그거 고생하는 여행아니에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공정여행을 즐기는 방법과도 통할 듯 하다. 그러나 먼저 이야기가 나온 김에 공정여행에 대한 오해-당신도 한번쯤은 품어 보았을-들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오해 1 : 공정여행=고생여행

  일부 공정여행은 실제로 오지를 찾아 간다. 어떤 공정여행은 오지까지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관광지'라고 알려진 유명한 곳보다는 덜 알려진 곳을 간다. 비행기 보다는 기차나 선박을, 전세버스나 전용 자동차 보다는 대중교통을 더 권장한다. 상대적으로 탄소배출량이 적기 때문이다. 입이 떡 벌어지는 절경에 가서 감상만하는게 아니라 쓰레기를 줍거나 논둑을 보수한다. 그리고 이런 곳의 숙소나 레스토랑은 유명관광지의 그것과 다를 수 있다. 오성급 호텔이 그런 곳에 있을 가능성은 적으며 한국음식을 잘하는 식당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모든 공정여행 상품이 당신에게 '고생'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책임여행을 표방하는 영국의 '리스폰서블트래블닷컴'(http://www.responsibletravel.com/)은 76개의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군을 구성하고 있다.(상품이 아닌 분류 주제가 76개다.) 그 중에는 물론 우물놓기 프로젝트나 야생동물 보존 활동에 참여하는 봉사여행, 킬리만자로에 오르거나 알래스카를 탐험하는 모험여행 상품군도 있다. 그러나 스파 여행 이나 럭셔리 여행 상품 카테고리에는 야근에 지친 당신이 휴가기간에 꿈꾸는 그런 여행들이 준비 되어있고, 가족여행 혹은 역사여행 상품군에는 친구 혹은 가족과 함께 즐기고 싶은 여행들이 가득하다. 스파 여행 이나 럭셔리 여행 상품에서 이용하는 호텔 혹은 리조트들은 안락한 객실과 멋진 전망을 제공하며 서비스 만족도도 높다. 대중관광과 차이가 있다면 이런 숙소들은 보다 엄격한 환경보호 정책과 지역사회 공헌 사업을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여행이나 역사여행은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여행을 즐길 수 있고, 많은 도시를 가기보다 주로 한두곳에 오래 머물면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단순히 이동거리를 줄임으로써 이동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효과도 있지만 현지인들과 교류하고 그곳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여유롭고 매력적이다. 리스폰서블트래블닷컴에서 판매하는 상품중 이런 상품의 비율은 하드코어한 책임여행과 엇비슷하며 그 중간쯤의 난이도(?) 혹은 이것들을 모두 섞어놓은 여행들도 상당수 판매되고 있다. 



리스폰서블트래블닷컴 http://www.responsibletravel.com 의 다양한 상품 주제 분류

(출처 : www.responsibletravel.com)






리스폰서블트래블닷컴 코스타리카 여행 상품의 친환경 숙소(출처 : www.responsibletravel.com)




해 2 : 공정여행은 가격이 저렴하다.혹은 비싸다.

  공정여행이 홈스테이나 민박,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식당에 가는 것을 권장하기에 생겨난 오해가 바로 '저렴한 가격'에 대한 것이다. 대중관광과 공정여행을 여행 상품 전체가 아닌 숙소 혹은 식당을 일대일로 비교했을 때 민박이나 소규모 숙소가 더 저렴한 경우들도 있겠지만, 여행상품 가격전체를 봤을 때 별 차이가 안나거나 심지어 더 비싼 경우를 더 많이 보게 되는 것은 아마도 '숨겨진 비용'의 유무에 원인이 있을 것이다. 자유일정이나 자유식을 일정중에 얼마나 포함할 것인가, 쇼핑과 옵션투어를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넣을 것인가, 숙련된 가이드를 고용할지 혹은 고용한 가이드나 포터에게 임금은 얼마나 줄것인지에 따라 상품가격과 숨겨진 비용은 결정된다. 때문에 그동안 액면가 경쟁을 해왔던 대중관광 시장은 당연히 많은 비용을 숨기거나 낮추는 쪽으로 가격을 구성했을 것이고, 여행 생산자에게 정당한 임금을 보장하는 것을 지향하는 공정여행은 상품의 액면가 자체가 상대적으로 비싸게 보일 수 있다. 같은 나라, 같은 시기, 같은 일정의 여행이라면 아마도 여행을 마친 후에 지출한 비용은 두 여행이 별 차이가 없으리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항공권을 싸게 대량으로 선점할 수 있는 대형 대중관광 여행사들이 저가의 상품을 판매하기에 더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네팔 트레킹 포터 (출처 https://flic.kr/p/dY8eJy)



오해 3 : 공정여행은 소위 '의식있는' 사람들이 가는 여행이다.

공정여행이 기존의 관광산업이 야기한 여러가지 문제를 인식하는데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본다면 아마도 이런 감수성을 지닌 집단이 가장 먼저 이 여행을 선택하고 즐겼을 것임은 당연한 이야기 일 수 있다. 이런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는 과정에서 어느정도 '캠페인'적인 특성도 나타났을 것이다. 이런 특성들이 '의식있는' 사람들의 특별한 취미로 일부 사람들에게는 보였던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해석이지 원인이 되지는 못한다. 꼭 네팔이나 캄보디아를 가지 않더라도 내가 살고 있는 도시 근교를 여행하면서 공정여행을 실천하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다. 대형마트 보다는 재래시장에서 쇼핑을 하고, 번화가의 맛집도 좋지만 뒷골목의 국밥집 문도 두드려 보는 것, 승용차를 가져가기 보다는 대중교통 혹은 내 튼튼한 다리를 이용하는 것, 하루 떠나는 여행을 위해서 일주일은 그 지역에 대해 공부하는 객기를 부려보는 것은 꼭 지식인들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